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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상생의 도시' 만들자

독일 뮌헨에서 북쪽으로 한 시간을 달리다 보면 아우디 본사가 있는 잉골슈타트라는 도시에 다다른다. 뮌헨이 ‘BMW 도시’라면 잉골슈타트는 단연 ‘아우디 타운’이다. 이 지역 주민의 60%가 아우디와 관계된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아우디에서 무슨 사업이라도 전개할라치면 지역 주민들이 발벗고 나서 일을 추진한다. 자동차 박물관과 레스토랑ㆍ극장 등이 들어서 있는 ‘아우디 포럼’은 지역 명소로 자리잡아 연간 60만명 이상이 찾는다. 잉골슈타트와 아우디는 한가족이나 다름없다. 우리가 부러워하는 미국 인텔이나 핀란드 노키아, 일본 도요타 등 상생 우수기업들도 상생의 필요성을 일찍부터 인식, 이를 실천해 초일류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양극화의 골이 깊어지면서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이 때문에 기업의 ‘나눔과 상생’ 경영은 더욱 아쉽고 또 아름답다. 상생(win-win)이란 말 그대로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다. 기업 측에서 상생은 20~30년 뒤, 아니 영원히 살아남을 초일류기업이 되기 위한 경영전략의 한 축이며 경쟁력을 제고하는 필수요소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너 죽고 나 살자’식의 경영방식에서 벗어나 서로를 배려하면서 경쟁력을 키워 동반 성장하는 세상, 이것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바라는 기업의 참모습일 것이다. 총 20기의 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하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도 수십만개의 첨단부품이 최상의 상태로 유지돼야만 원전이 안전하게 전기를 생산하는 점을 감안, 중소ㆍ협력업체와의 동반성장을 위해 힘쓰고 있다. 우리는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전담조직을 만들어 중소ㆍ협력업체 지원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처럼 중소업체와 상생의 길을 걷다 보면 기술발전을 통해 국가 경제의 기초체력이 튼튼해지고 체질이 개선돼 경제 펀더멘털이 훨씬 좋아질 것으로 확신한다. 한수원은 또 지역 주민과 국민의 신뢰 없이는 원자력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어렵다고 보고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위해서도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다양한 지역사회 공헌활동을 통해 지역 주민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성실히 이행하려고 한다. 이의 일환으로 얼마 전 고리발전소 인근에 연면적 9,500㎥ 규모의 ‘고리스포츠문화센터’를 건립했다. 지역 주민들이 스포츠와 문화활동을 통해 우리 회사와 하나 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해본다. 경주에 들어설 방폐장 건설공사에 지역 건설업체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최근 마련했다. 3년 전에는 지역 주민들과 공동체적 삶을 위해 ‘이웃에 사랑을, 사회에 희망을’이라는 슬로건 아래 지역사회봉사단을 창단,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쳐왔다. 지난 2004년 10월부터 운영한 ‘러브펀드’ 모금에는 현재 전 직원의 95%가 참여, 봉사활동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직원들은 매월 십시일반으로 성금을 모아 불우 학생들을 도와주는 ‘꿈나무 사랑기금’도 운영한다. 우리는 발전소가 있는 지역사회가 발전해야 회사도 성장할 수 있다는 상생 경영의 원리를 다시금 인식, 지역사회와 더불어 살아갈 방침이다. 원전이 들어선 고리ㆍ영광ㆍ월성ㆍ울진을 일본 제일의 기업도시인 도요타시나 BMWㆍ아우디 타운 등과 같이 지역사회와 기업이 한데 어우러진 ‘상생의 도시’로 육성하는 게 우리의 꿈이다.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는 옥중에서 휴지에 철필로 써 보낸 편지 글을 모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라는 책에서 이렇게 읊조렸다. “누구를 돕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게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이라고. 그렇다. 이웃의 고통을 함께 나누며 진정으로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상생의 첫걸음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두려움에 떨지 말고 함께 고통의 비를 맞으며 다 같이 잘사는 사회를 구축하는 데 우리 모두 적극 동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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