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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금융권 파업도미노를 경계하며

조영훈 금융부 차장

‘현대차 노사 2000년 이후 최단기간 임단협 타결’ ‘한미은행 노조, 은행권 최장기 파업 신기록’. ’하투(夏鬪)’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 주 국내 신문을 장식했던 파업관련 뉴스의 헤드라인들이다. 지난해 47일간 파업을 단행했던 현대차 노조는 지난 1일 5일 만에 임금협상안에 합의했다. 반면 한미은행 노조 파업은 지난주 말 9일째로 접어들어 지금까지 은행권 최장 파업기간이었던 2000년 말 국민ㆍ한미은행의 8일을 넘어서 신기록을 수립했다. 현대차 노사간의 쟁점이 ‘임금 협상’이라는 의례적인 사안이었다면 한미은행 노사간의 쟁점은 ‘고용 보장’ 등 생존권과 관련된다는 점에서 이 같은 결과는 이미 예고된 것일 수도 있다. 금융계에서는 한미은행의 전산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어음결제와 주택청약에 이르는 주요 업무가 정상적으로 이뤄져 고객 불편이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는 점도 파업이 장기화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2일까지 한미은행을 이탈해 안전한(?) 곳으로 이동한 자금은 2조원 정도에 불과했다. 금융시스템 마비라는 극단적인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 같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한미은행 파업이 우리 경제에 던져줄 주름살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미은행의 파업은 앞으로 이어질 금융권 파업의 신호탄에 불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은행권을 살펴보면 충청ㆍ보람ㆍ서울은행과의 합병을 성공적으로 마쳤던 하나은행 노조가 이번 임단협 과정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이슈로 부각시킬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또 올 하반기에는 한국투자증권과 대한투자증권ㆍLG투자증권 등 굵직한 금융기관들이 새 주인을 맞는 만큼 노사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IMF 위기를 시발점으로 2000년까지 전개된 금융권의 1차 인수합병(M&A) 열풍에 이어 2차 M&A 열풍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한미은행 파업에서 보듯 금융기관의 ‘주인 찾기’는 필연적으로 노사간의 ‘생존권’ 분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시간이 걸리더라도 금융기관의 노사는 어떤 식으로든 양보를 통해 ‘상생’의 접점을 찾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경제에 미칠 부정적인 파급효과다. 국내 경기는 올 상반기까지 ‘수출 효과’로 겨우 명맥을 유지했을 뿐 최악의 내수경기 침체를 맞고 있다. 문제는 은행이나 증권 등 금융기관들은 전형적인 내수기업이라는 것이다. 은행권은 지난해 카드위기와 맞물려 일부 은행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는 후유증을 겪었다. 증권업계는 증시 침체에 따른 거래대금 감소로 고사위기에 직면했다고 볼멘 소리를 내는 상황이다. 은행과 증권업은 각각 직접ㆍ간접자금 조달의 핵심창구다. 금융권의 노사분쟁은 경영환경 악화와 맞물려 기업 경영과 서민 경제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여건에서 금융권 파업 도미노가 발생한다면 위기를 맞고 있는 한국경제의 회복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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