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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코드 찾아라] <1부> 3. 한국, '2만달러저주풀기'

"신성장동력 발굴 등 산업 포트폴리오 재구성해야" <br>방만한 재정지출 관행 고치고 양극화등 사회갈등 적극 해소<br>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등 제2, 제3 먹거리도 찾아야


현오석 원장

“수출붐으로 금융위기를 극복하려면 다른 행성을 찾아야 한다.” 지난 5월 방한한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한국 경제구조의 한계를 정확하게 꼬집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날개 하나(내수)를 잃어버린 채 한쪽 날개(수출)에만 의존해 날아오를 수 없다는 점을 꿰뚫은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한국경제에 새로운 도전과제를 던졌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 2만달러의 늪에 빠져 더 이상 성장을 멈출 것인지 아니면 금융위기를 발판으로 다시 한번 도약할 것인지. 경제전문가들은 금융위기 이후 변화하고 있는 글로벌 경제질서가 한국경제에는 다시 오기 힘든 기회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다만 경제위기와 함께 닥친 한국경제의 위기상황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돌파구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허경욱 기획재정부 1차관은 “글로벌 침체와 위기상황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미뤄왔던 구조개혁과 신성장동력 발굴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포퓰리즘에 흔들리는 재정=40.0%, 46.3%, 52.0%.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전망한 2009년, 2010년, 2014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이다. 불과 5년 뒤면 우리나라의 빚은 GDP의 절반을 넘어서는 수준까지 늘어난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진행된 경기부양책은 재정이 언제까지 버텨줄 수 있을지 의문을 낳는다. 전문가들은 경기회복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늘어난 나랏빚이라면 규모를 두고 따지기보다는 재정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치적인 목적에 바탕을 두고 포퓰리즘에 휘둘리는 재정정책은 미국 캘리포니아의 사례와 같은 재정파탄의 부메랑이 될 것”이라며 “우리도 비탄력적이고 방만한 재정지출 관행을 고치고 세수 확보를 통해 재정여력을 강화하지 않는다면 나라살림이 심각한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제위기는 또한 한국경제의 패러다임 수정을 요구한다. 개방과 경쟁을 통한 발전모델은 세계경제가 보호무역주의로 U턴을 하며 규제강화, 소비와 저축의 균형 맞추기 등 새로운 논리를 강요한다. 한 전직 경제관료는 “경제위기 이후 선진국들이 포퓰리즘에 빠져 보호주의 색채를 띤다고 해서 우리도 덩달아 나섰다가는 경쟁에서 도태될 수 있다”며 “아직 우리는 선진국이 아니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일자리 양극화와 사회갈등=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쌍용차 영업소. 7월 들어 계약을 하러 오는 고객보다 해약을 하러 오는 고객이 더 많다. 지난 5월21일부터 지속된 노조의 옥쇄파업으로 계약을 하고도 차량이 출고되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조사한 우리나라의 사회갈등 비용은 GDP의 27%. 2002~2005년 1인당 5,023달러를 사회갈등 비용으로 지불했다. 일본의 경영컨설턴트 오마에 겐이치는 우리나라가 사회구성원 간 신뢰를 잃어버린 ‘국민병’에 걸렸다고 진단하며 “한국 기업이 한국을 떠나면 노조는 누구를 상대로 투쟁을 하겠느냐”고 되물었다. 사회갈등의 뿌리에는 양극화가 자리잡고 있다. 최근 우리 사회의 양극화는 소득분배의 정당성을 넘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둘러싼 ‘일자리의 질’ 문제로까지 확대되며 수많은 실업자를 만들고 있다. 이상원 기획재정부 인력정책과장은 “비정규직들의 고용불안으로 사회적인 갈등이 커지게 될 것이고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계산하기도 힘들다”고 지적한다. ◇산업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해야=산업화 시대를 거쳐 우리 경제는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왔다. 특히 주력산업인 정보기술(IT)과 자동차ㆍ기계ㆍ조선을 비롯한 중공업 등은 세계에서도 손가락에 꼽을 탁월한 경쟁력을 자랑하고 글로벌 위기 이후 삼성ㆍLG전자의 휴대폰과 현대차 등은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즐기기에는 대내외 현실이 그리 녹록하지 않다. 우리의 경쟁상대인 중국은 IT와 조선 등 상당 분야에서 우리와 불과 3~4년 정도의 기술격차를 보일 정도로 턱밑까지 따라와 있다. 위안화의 영향력을 키우면서 금융과 무역ㆍ자원 등 전방위에 걸쳐 명실상부 ‘대중화권’의 꿈을 키우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잃어버린 10년’의 쇠퇴기를 벗고 IT와 자동차 등을 중심으로 빠르게 경쟁력을 찾아가고 있다. 반면 우리 기업들은 지난 수년 동안 투자다운 투자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자동차만 하더라도 차세대 시장을 이끌 하이브리드차의 경우 일본에 한참 밀린다. 그렇다면 만년 저성장의 늪에서 빠져나올 방법은 무엇인가. 답은 역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길이다. 20년, 30년 뒤에도 먹고 살 수 있는 새로운 산업을 찾아 국가 전체의 산업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이 최근 바이오 산업에 진출했듯이 미래를 이끌 로봇과 첨단 환경산업 등 ‘제2ㆍ제3의 먹거리’를 부단하게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가 화두로 내건 녹색산업은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해주고 있다. 또 한 가지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 바로 서비스 산업이다. 미국은 이미 제조업에서 서비스 산업으로 방향을 바꿨다. 우리 또한 제조업만 갖고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 수출과 함께 또 다른 축인 내수를 살리기 위해서도 서비스 산업의 육성은 필연적이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변하는 세계경제 흐름에 맞춰 보완책을 찾아야 한다”며 “안으로는 신성장동력 확보, 내수시장 확대를, 밖으로는 활발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통한 경쟁력 확보가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 현오석 KDI원장 인터뷰 "안정적 내수기반 확충 위해선 제조업·서비스 병행발전 필요" "안정적인 내수기반을 확충하기 위해 (서비스산업에 대한) 단기적인 부양조치보다 규제개혁, 제조업과 비교한 차별정책 시정, 전문화 추진 등으로 경쟁력을 제고해야 합니다." 현오석(사진)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16일 "글로벌 경제위기는 우리 경제에 있어 수출산업과 내수산업을 골고루 발달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기회를 제공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경제위기를 통해 그간 수출 주도형으로 대외의존도가 높았던 우리 경제가 대내외 부문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현 원장은 "기존의 수출 품목 및 대상 국가의 다변화 노력을 지속하는 한편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한 내수시장의 발전 모색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수출과 내수의 이분법적 접근보다는 수출 혹은 제조업 부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내수 혹은 서비스업 부문의 수준을 제고하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현재 대한민국호의 가장 큰 위기요인으로는 기업들의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것을 꼽았다. 현 원장은 "글로벌 위기 이후 국제교역이 위축되고 보호무역에 대한 각국의 지지가 강화되고 있다"면서 "보호무역주의 저지를 위한 적극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금융규제를 비롯한 각종 법질서를 국제적 규범에 맞춰 정비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그는 금융산업을 비롯한 각 부문의 건전성 제고를 통해 앞으로 또다시 발생할지 모르는 각종 위기설을 방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9월 위기설, 3월 위기설 등 근거 없는 각종 위기설로 인한 비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 원장은 "원화의 국제화가 미흡한 환경에서 외환보유고와 외채의 안정적인 관리뿐 아니라 기업 부문과 금융시스템의 건전성을 높이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정건전성을 위해 감세정책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도 말했다. 현 원장은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과정에서 재정적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어 감세정책 자체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면서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감세와 비과세 감면의 축소가 동시에 추진돼 조세수입 자체는 오히려 증가했지만 우리는 비과세 감면을 별달리 축소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감세의 부정적 효과는 재정적자로 인한 거시경제의 불안정성 증대이며 긍정적 효과는 투자ㆍ근로ㆍ저축 등의 경제유인을 높이는 것"이라며 "(감세정책의) 부정적 효과와 긍정적 효과를 고려해 적절한 정책방향을 설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출구전략에 대해 현 원장은 "당분간은 현 수준의 거시경제정책 기조를 유지하되 유동성을 실물로 흡수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위기극복 이후를 준비하기 위해 현재의 확장적 정책기조를 향후 점진적으로 정상화하는 과정에 대해 고민을 시작할 필요가 있다"며 "대표적으로 은행채 매입과 같은 비전통적 방식의 유동성 공급 확대정책을 우선적으로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창간기획 글 싣는 순서 [1부] 지구촌 경제지도가 달라진다 1. 월가의 승자와 패자 2. 중국이 꿈꾸는 'G2 질서' 3. 한국, '2만달러 저주 풀기' [2부] 금융산업, 새로운 위기와 기회 [3부] 자본시장 육성 지금이 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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