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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공공부문 수주 심사 개선해야

하루 종일 장맛비가 내리며 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날씨를 보면 마치 중소 건설업체들의 현상황을 보는 듯하다. 지난 2005년 이후 부동산 경기 침체로 건설 경기가 하락하면서 대형 건설업체들은 그나마 해외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그러나 중소 건설업체들에는 연일 신문 지면을 장식하는 해외건설 활황도 남의 얘기일 수 밖에 없다. 더욱이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진행되고 있는 양극화 추세는 건설업에도 예외가 아니어서 중소 건설업체들의 상황은 날로 어려워지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소 건설업체들인 조달청 등급 3, 4군 업체들이 주로 수행하는 100억원 이상 300억원 미만 공공 공사의 경영상태 심사를 기존의 재무비율에서 신용등급으로 전환하는 방안은 중소 건설업체들의 수주난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우려를 낳고 있다. 물론 올해 7월1일부터 시행된 이 방안은 이미 3년 전 예고됐다. 그러나 이는 3년 전이나 지금이나 업계의 현실을 너무 간과한 정책이라 볼 수 밖에 없다. 중소 건설업체들이 100억원 이상 300억원 미만의 공공 공사를 수주하기 위해선 적격여부를 따지는 심사를 받아야 한다. 이 중 사업수행능력이 총 40점을 차지하며 이 40점 중 35%인 14점이 경영상태 점수이다. 그런데 중소 건설업체의 경우 대부분 공사의 수주 여부가 경영상태 점수에서 좌우된다. 적격심사 중 사업수행능력을 제외한 60점에 해당하는 입찰가격, 자재 및 인력조달 가격의 적정성 및 하도급 관리계획의 적정성은 업체 간에 큰 차이가 없으며 사업수행능력 평가 중 경영상태를 제외한 항목은 공동도급을 통해 보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공공 공사 수주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중소 건설업체들에 신용평가등급은 대단히 민감한 사안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외부감사를 받지 않는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3,4군 업체들의 경우 원천적으로 최고 등급인 트리플A(AAA)를 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현재 신용평가 기관들은 내부 정책적으로 비외감기업의 경우 부여할 수 있는 최고 등급을 더블A(AA)로 제한하고 있다. 또한 중소기업의 경우 상대적으로 양호한 재무지표에도 불구하고 비재무정보의 비중이 높아 좋은 등급을 받기 어렵다. 신용평가자의 주관에 의해 평가되는 비계량 비재무 정보인 산업위험ㆍ영업위험ㆍ경영위험의 경우 기업의 규모가 작을수록 환경변화에 따라 당면하게 되는 리스크가 커 불리하게 평가될 수 밖에 없고 상시종업원 수ㆍ기술자 수ㆍ영업 연수 등으로 평가되는 계량 비재무정보도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될 수 밖에 없다. 모 신용평가기관의 자료에 의하면, 현재 3,4군 업체 중 A등급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고 BBB(+, 0, -) 등급이 49.8%, BB(+,0,-) 등급이 24.0%로 대부분 A등급 이하의 평가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3,4군 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경영상태 만점 기준이 트리플A이라는 점은 현실을 간과한 정책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원칙적으로 프로젝트 차원에서 이뤄지는 사전 능력평가는 재무상태보다는 시공성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따라서 재무상태가 수주 여부를 좌우하기보다는 일정 수준 이상 재무상태를 충족시키면 나머지는 시공 경험이나 기술 등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이렇게 본다면 100억원 이상 300억원 미만 공사에서도 신용평가등급을 업체의 입찰 참여 여부인 통과(Pass)와 탈락(Fail)을 결정하는 변수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약 그것이 여의치 않다면 배점한도를 현실에 맞게 낮춰 3군업체는 A마이너스(A-), 4군업체는 트리플B플러스(BBB+)를 만점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이렇게 하더라도 만점업체는 전체적으로 20%내외에 불과해 업체간 변별력도 유지될 뿐 아니라 수주독점화 현상도 방지할 수 있다. 또한 이는 기업의 노력 여하에 따라 충분히 만점을 받을 수 있는 현실적인 기준이어서 중소 건설업체의 경영개선을 유도하는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 이제 우리 정부도 정책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진정 국민을 위한 정책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성숙함을 보여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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