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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들러리 선 국민연금

공무원연금법 함량미달 개정해 국민에 부담 떠넘긴 정부 여당



국회 공적연금 강화와 노후빈곤 해소를 위한 특별위원회가 25일 사실상 빈손으로 막을 내렸다. 정부와 여당 모두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국민연금을 들러리로 내세웠음이 입증된 셈이다.

사실 특위가 탄생한 배경이 된 사회적 기구와 여야 합의는 상당한 문제를 안고 있었다. 합의 내용은 공무원연금 개혁으로 향후 70년간 적자보전금, 사용자 보험료 등에 사용되는 총 재정부담금 333조원을 절감할 수 있으니 20%는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 등에 쓰자는 게 골자다.

하지만 이는 허상에 기초한 것이다. 공무원연금법이 개정됐지만 향후 70년간 국민들이 혈세로 메워줘야 할 적자보전금은 연평균 10조5,800억원이나 된다. 적자보전금 규모는 6년 뒤인 오는 2021년에 다시 현 수준(2조9,000억원)으로 원위치된다. 그러니 총 재정부담금 절감액이라는 것도 실제로는 허상에 불과하다.

개정 공무원연금법에는 '더 내고 늦게 받고 조금 받는' 고통분담의 정신이 들어 있다. 올해 14%(본인·사용자)인 보험료율을 2020년까지 5년에 걸쳐 18%로 올리고 첫 연금을 타는 나이를 2033년까지 65세로 늦춘 것은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이를 크게 퇴색시키는 꼼수도 담겨 있다. 받는 연금을 20년에 걸쳐 매우 천천히 깎아 장기재직자나 은퇴자들이 별로 손해볼 게 없게 만든 게 대표적이다. 향후 추가 개혁이 어렵게 대못을 박아놓은 셈이다.

그러나 여야와 사회적 기구의 합의정신을 외면한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정부 여당은 합의를 '참고사항' 정도로만 여긴 듯하다.



야당은 당초 공무원연금 개혁에 따른 재정절감분의 20%가 내년에 1,700억원쯤 되니 상응하는 연금 사각지대 해소대책을 강구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사회적 기구에서 대략적으로 합의된 것은 820억원 규모에 불과했다. 특위 위원장인 강기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따르면 24일 여야 간사와의 3자회동에서 국민연금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내년에 1,500억원가량의 정부 예산을 쓰자는 얘기가 오갔는데 새누리당 지도부에서 '한 푼도 반영할 수 없다, 아무것도 합의하지 말라'는 지침이 내려와 합의가 안 됐다고 한다.

정부 여당이 내놓거나 수용한 대책이라는 것도 함량미달이거나 형평성 논란을 초래하는 것들이다. 여야는 월소득이 140만원 미만인 △10인 미만 사업장의 청년취업자 △청년이 창업한 10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에게 국민연금·고용보험 보험료의 70~80%를, 국세청으로부터 근로장려금을 받은 저소득 일용근로자와 영세 자영업자 등 저소득 지역가입자에게 최대 1년간 국민연금 보험료의 50%를 지원한다는 것이다.

청년 관련 지원책은 10인 미만 사업장의 월소득 140만원 미만 근로자와 사용자에게 보험료를 지원하는 현행 두루누리사업의 확대 버전. 하지만 청년에게만 특혜를 주는 것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지역가입자 보험료 지원은 대상자를 '맞벌이 가구 기준으로 연간 총 급여액 등이 1,000만원 미만인 가구'로 잡아 차별 논란을 빚고 있다. 월소득 140만원, 연간 1,680만원 미만인 직장가입자에 비해 지원대상 소득수준이 훨씬 낮고 맞벌이 부부의 경우 두 사람 모두에게 보험료를 지원해야 맞는데 이를 반영하지 않아서다.

사각지대 해소대책을 빼고 가장 정부 여당이 버린 카드 중 가장 굵직한 것은 국민연금 보험료를 물리는 소득의 상한을 421만원에서 520만~650만원으로 높이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 여당은 "내는 보험료보다 많이 받기 때문에 기금 소진시기를 앞당기고 후세대의 부담이 커진다"며 반대했다. 공무원연금법을 고칠 때 국민과 후배 공무원들에게 부담을 전가한 것과 대비된다. '공무원은 되고 국민은 안 된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게 정부 여당의 생각이란 말인가.

/임웅재 논설위원(노동복지 선임기자) jael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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