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12월로 굳어지는 가운데 금리 인상 시작 이후 속도는 점진적이어야 한다는 의견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에서 힘을 얻고 있다. 이는 연준이 첫 금리 인상 이후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장과 충분히 소통하며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는 관측을 낳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시작을 놓고 이코노미스트 63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92%인 58명이 "12월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응답했다. 나머지 5명 가운데 3명은 "내년 3월까지 동결할 것"이라고 했으며 2명은 "제로금리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WSJ는 10월 조사 때만 해도 연준이 12월에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대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64%에 불과했다며 시장에서 12월 기준금리 인상 전망이 대세론으로 자리 잡았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통화정책회의에 참석하는 연준 이사들은 이제 금리 인상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의 최측근으로 연준 서열 3위인 윌리엄 더들리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는 12일 뉴욕에서 열린 한 강연에서 "조만간 금리 인상에 필요한 조건들이 충족될 것으로 보인다"며 "금리 인상 이후 그 속도는 매우 점진적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준이 조만간 금리 인상을 시작하더라도 지속적으로 올리기보다 시장 상황에 맞춰 천천히 조정해나가야 한다는 속내를 밝힌 것이다.
더들리 총재와 함께 연준 내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찰스 에번스 시카고연방준비은행 총재도 금리 인상을 시작한 후 연준이 신중한 모습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시카고에서 행한 강연에서 "통화정책 정상화를 점진적으로 하는 것이 앞으로 닥칠 어려움에 대비하는 최선책"이라며 "오는 2016년 말까지 기준금리는 1% 아래에 머물러 있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2월 금리 인상이 결정되더라도 연준이 다음 인상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또 에번스 총재는 "연준이 긴축을 시작할 때 후속조치가 점진적으로 취해질 것임을 효과적으로 시장에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준의 12월 기준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하면서 금 가격이 약 6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시장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12일 로이터에 따르면 금 현물은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전날보다 1% 하락한 온스당 1,074.26달러에 거래돼 2010년 2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시모나 감바리니 애널리스트는 "연준의 12월 금리 인상 관측 때문에 금값은 더 떨어질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별개로 유럽에서는 추가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12일 WSJ에 따르면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의회 경제·통화위원회 연설에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인플레이션 호전 신호가 다소 약해졌다"며 "필요하다면 국채매입 효과를 강화하기 위해 다른 수단을 동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 WSJ는 드라기 총재의 발언이 기존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내년 9월 이후로도 연장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이경운기자 cloud@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