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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트럼프보다 더 위험한 카슨


부동산 재벌인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된 지구촌은 어떤 모습일까. 트럼프의 대선 공약이 제대로 지켜진다면 다음과 같다. 취임하자마자 약속대로 촌스럽기로 악명 높은 머리 스타일부터 바꾼다. 머리 한 올 한 올 손질하느라 바쁜데 국정에 전념할 시간이 있겠느냐는 비아냥을 일축하기 위해서다.

가장 시급한 것은 불법 이민자 유입을 막기 위해 멕시코 국경에 거대한 장벽을 쌓는 일이다. '코미디언' 취급을 받다가 유력 대선주자로 뜬 계기도 멕시코계 이민자를 '성폭행범' '범죄자'라며 막말을 퍼부은 뒤부터다. 이러니 백인 보수층과의 약속은 지켜야 한다. 장벽 건설비용 400억달러는 멕시코 정부에 부담하라고 윽박지르지만 비웃음만 받는다.

화딱지가 난 트럼프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파기해버린다. 트럼프에게 NAFTA는 미국인 일자리를 빼앗아 간 멕시코의 '사기극'에 불과하다. 미 제조업 보호를 위해 중국산 제품에 대해서도 고율의 수입 관세를 때린다. 글로벌 무역 질서와 부품 공급망이 망가지고 일손 부족과 소비 급감 등에 미 경제가 박살 나면서 지지율이 급감한다.

물론 트럼프에게도 회심의 여론 반전 카드는 있다. 그는 법인세를 현행 최고 35%에서 절반 이하인 15%로 인하하고 저소득층과 부유층을 막론하고 소득세도 대폭 낮춰준다. 하지만 재정적자가 위험 수위라는 비난이 들끓기 시작한다. 이번에도 비상대책은 있다. 공약대로 이라크 주둔 미군을 철수해 재정을 절감하고 석유를 미국으로 가져오면 된다. 테러 단체인 이슬람국가(IS)로부터 보호해줬으니 당연한 권리다.

한국·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주둔한 미군 철수로도 막대한 예산이 절감된다. 이들은 미국의 안보우산에 무임승차하면서 '푼돈'만 지급하는 은혜도 모르는 국가다. 트럼프의 세상은 '세계 속 미국'이 아니라 '미국을 위한 세계'에 불과하다. 주류 언론들이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이 위기에 처하고 더 큰 미래 이익이 위협받고 있다'며 연일 비판하자 이들 '인간쓰레기' 기자들을 백악관 기자실에서 내쫓아버린다. 삼류 소설 같지만 지금 미국 정치 지형도대로라면 완전히 불가능한 시나리오도 아니다.

하지만 트럼프보다 더 극단적인 인물이 나타났다. 트럼프를 누르고 공화당원 선호후보 1위에 등극한 신경외과 의사 출신 벤 카슨이다. 외교 정책은 별로 알려진 것이 없지만 대내 정책은 위험천만하기 짝이 없다. 그는 '나치' '빨갱이' '노예' 등 야만적인 단어를 여과 없이 쏟아낸다.



그나마 트럼프가 백인 주류 사회의 좌절감에 기대 공허한 '팍스 아메리카나'를 약속하는 '치어리더'라면 카슨은 더 노골적으로 증오와 혐오감을 부추기고 색깔론을 제기한다. 부드럽고 낮은 목소리가 더 섬뜩할 지경이다. 그는 성폭행과 근친상간 때문에 낙태한 여성을 노예를 마음대로 죽이는 노예 소유주에 비유했다.

그는 오바마케어에 대해서는 '노예 제도 이후 최악의 정책'이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사이코패스'이자 '공산주의자'라고 공격한다. 민주당 정책이 히틀러 출현을 부를 것이라는 공포감 조성도 그의 단골 메뉴다. '무슬림 대통령 불가론'을 주장하는가 하면 종말론을 내세운 '제칠일 예수재림교회'의 기독교적 신념을 거리낌 없이 떠들어댄다. 인종·종교·이념 갈등을 조장하고 민주주의를 공격해 표를 얻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아웃사이더'인 트럼프나 카슨이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대다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상당수의 백인 보수층이 자신들의 신념과 이해를 대변해준다며 환호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부상 등의 여파로 자신감을 잃은 미국은 지금 병들어가고 있다.

/최형욱 뉴욕 특파원 choihu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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