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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휴정PD의 Cinessay] '러브 액츄얼리'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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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의 모든 러브스토리는 신기하고 흥미진진합니다. 어떻게 그 많은 사람 중에 딱 그사람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되는걸까요? 흔히 하는 말로 사랑에는 국경도 없다지만, 어디 국경뿐이겠습니까. 사랑에는 나이도, 처지도, 외쳐왔던 이상형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사랑을 통해 우리는 인간적으로 성숙해지고 착해지고 의로워지고 용감해집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기다리고, 이해하고, 희생하고, 용서하고,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함께할 용기가 생깁니다. 하지만 사랑만큼 사람을 아프게 하는 것도 없습니다. 짝사랑의 아픔이야 대부분 겪어봤을테고, 사랑해서는 안될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을 때, 사랑하는 사람이 큰 실망을 주었을 때, 사랑하는 사람이 먼저 떠났을 때, 소소한 일상의 차이 때문에 조금씩 식어가는 사랑을 바라보는 것은 정말 마음 아픈 일입니다. <러브 엑츄얼리>(2003년작)에는 이렇게 사랑에 관한 다양하고 따뜻한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세 번쯤 본 이 영화는 볼 때마다 크게 공감되는 사랑이 달라집니다. 처음 봤을 때는 동료를 짝사랑하는 사라(로라 린니)의 사랑입니다. 사라는 멋진 동료를 오랫동안 짝사랑하지만 다가갈 용기를 내지못합니다. 그러다 기적처럼 그의 마음을 얻고 함께 밤을 보내기로 합니다. 사라의 심정이 어땠을까요. 어떤 옷을 입어야할지, 어떤 향수를 써야할지, 좋아서 어쩔줄 모르는 사라의 설레임을 보며 서양여자도 저렇게 남자 앞에서 부끄러워하나? 살짝 놀라기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사랑의 표현이 깊어질 무렵, 전화가 한 통 옵니다. 아. 받지말지...전화벨 소리는 불행의 전조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전화를 받습니다. 전화를 건 사람은 요양원에 있는 사라의 오빠입니다. 결국 그녀는 옷을 주섬주섬 입고 오빠에게 갑니다. 그녀의 보살핌이 없으면 오빠는 살아갈수 없는 존재이니까요. 그토록 기다렸던 사랑의 순간을 뒤로하고 오빠에게 갈 수 밖에 없는 사라의 상황과 기특한 마음에 울컥해집니다. 사랑 중에서도 가장 힘들고 빛이 안나는 사랑이 가족관계입니다. 남에게 그렇게 했으면 표창을 받아도 백번 받았을텐데 가족들은 어찌된게 고맙다는 말조차 잘 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그것도 놀라운 사랑의 힘이죠. 두 번째 봤을 때는 엄마가 먼저 죽은 어린 샘과 새아빠 다니엘(리암 리슨)의 이야기가 좋았습니다. 엄마가 죽은 후 방에만 틀어박혀있는 11살 소년 샘. 아빠는 당연히 엄마의 죽음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샘은 이제 막 사랑의 천국과 지옥에 입문했던 겁니다. 짝사랑을 앓고 있는 아들에게 아빠는 노련한 조언자가 되어줍니다. 두 남자는 사랑에 관한 진지한 대화를 통해 온전한 가족이 됩니다. 세번째 봤을 때는 사랑에 상처받고 시골에 틀어박혀 사는 영국작가(콜린 퍼스)의 사랑이 와닿았습니다. 전혀 말이 통하지 않는 포르투칼 도우미를 사랑하게 되면서 얼었던 마음이 서서히 녹아드는 그의 사랑을 보며 사랑으로 받은 상처는 사랑을 통해서만 치유될 수 있고 사랑은 언어를 뛰어넘어 나를 변화시키는 위대한 감정임을 새삼 느꼈습니다.



사랑의 감정을 잊어버린 사람은 죽어있는 사람입니다. 새로운 사랑도 두려워하지 않길 바라지만, 사실 더 중요한 것은 사랑의 복원입니다. 덤덤해진 연인, 왠수가 된 부부, 짐이 된 가족, 하루종일 함께 하면서도 미움이 더 많은 동료, 비아냥의 대상이 되버린 내가 태어나 자란 이곳...인생은 짧고 사랑은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조휴정 KBS PD (KBS1라디오 '빅데이터로 보는 세상'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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