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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국경제 내년 위기설 허투루 들을 일 아니다

가계·기업부채 신흥국 중 최고 수준… 외부 충격 미리 대비해야

우리 경제가 올해보다 내년에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슬그머니 고개를 들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2일 주력산업 전 부분이 침체를 겪을 수 있고 그나마 선방하던 건설업마저 급격히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내년에는 회복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는 애초 기대와 거리가 있는 모습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장밋빛 소식은 별로 들리지 않고 잿빛 전망이 득세하는 분위기다.

물론 내년에 수출은 어려워도 내수는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며 낙관적 기대를 하는 이도 적지 않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의 성장률을 기록한 올 3·4분기 흐름을 이어간다면 내년 3%대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다고 자신한 바 있다. 비록 세금을 깎아주고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같은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벌인 덕분이기는 하지만 소비심리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들의 바람대로 내년에는 소비가 살아나 웃음기 사라진 우리 경제에 희망을 주기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하지만 주변 여건은 기대와 거리가 멀다는 게 솔직한 평가다. 무엇보다 글로벌 경제를 지탱해온 기존 틀이 흔들리고 있다. 당장 다음달이면 미국의 기준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양적완화로 풀린 천문학적 자금이 어디로 움직이고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아무도 모른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7년간의 제로금리 시대가 종식되고 여태 경험하지 못했던 미지의 길로 들어선다는 의미다.

저금리로 급증했던 신흥국 부채가 미국 금리 인상 이후 2~3년 안에 '위기의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국제금융센터의 경고도 같은 맥락이다. 지금 한국의 가계부채와 기업부채는 신흥국 중 거의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무역질서도 재편되고 있다. 이전에는 양자 간 자유무역협정(FTA)이 경쟁력을 가늠하는 척도였지만 이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같은 메가 FTA로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다. 그동안 양자 FTA에만 매달렸던 우리에게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이뿐 아니다. 중국은 내년 이후 5년간의 연평균 성장률 목표치를 기존 7% 이상에서 6.5%로 낮췄다. 이조차 실현 가능할지 의문이라는 게 서구 언론의 의문 제기다. 가뜩이나 수출부진에 시달리는 판에 악재가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국내 여건 역시 예전과 같지 않다. 경제를 이끌어야 할 기업·가계·국가 등 3대 주체 모두 힘이 부치는 상태다. 기업은 매출감소와 채산성 악화, 재고확대라는 삼중고에 시달린 지 오래다. 삼성그룹이 1년 사이 5,000명이나 감원하거나 계열사 매각에 나서는 것도 내년 경제에 대한 대비책이라는 맥락에서 봐야 한다. 가계 또한 장기 경기침체로 소득이 정체됐는데 빚은 늘어만 가니 내년에는 소비절벽에 직면할지도 모른다. 그동안 우리 경제를 지탱하던 내수와 수출 쌍발 엔진이 모두 꺼질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 인하, 재정확대, 내수부양책 등 모든 수단을 다 써왔으나 국가부채 규모만 키울 뿐 더 이상 약발이 듣지 않는 실정이다.

이 모든 게 기우이기를 바라지만 대비는 해야 한다. 국내외 경제를 둘러싼 기본 틀이 바뀌고 있다면 우리의 성장전략도 수정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중국의 경기 흐름이 다르게 나타나는 점에 주목해 국가별로 차별화된 수출전략을 마련하고 우리의 강점인 양자 FTA와 메가 FTA 간 연계방안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격화할 수 있는 만큼 한쪽에 대한 의존도를 지나치게 높이는 것은 오히려 부메랑이 될 수 있다.

내수육성 전략도 다른 방향으로의 접근을 고민해야 한다. 금리·재정정책을 강화해도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은 시장에서 증명된 바 있다. 세금을 깎거나 가격을 깎아주는 것은 역시 일시적 대책은 될지언정 영속성을 가지기 힘들다. 고소득층으로부터의 '낙수효과(tricle-down)'를 기대하기 어렵다면 일자리 확대와 소득순환 강화를 통해 가계소득을 늘려 소비를 진작시키는 '분수효과(tricle-up)'를 유도하는 게 차라리 대안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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