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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영상] "수능이 끝났다. 수고했어 나"






어디로 가야 할까.

정문을 지나 세 갈래로 갈린 길목에서

갈 길을 못 찾는 내 운동화

우물쭈물하는 발길이 시선 아래로 보여

오늘이 운명일까.

매일 밤잠을 뒤척여 나를 돌아봐.

‘최선은 다했나. 하루 할 일은 잘 끝냈나.

이게 나의 운명이 될까’

딸각.

홀로 있고 싶은 내 맘 들키고 싶지 않아.

밤이면 조용히 기도하던 우리 엄마.

괜찮다고 해도 멀리서 날 항상 지켜봐 온 우리 아버지.

내가 그 기대에 맞출 수 있을까.

‘카톡’

친구들이 부르는 소리.

마음은 지치고 쉬고는 싶은데 집으로 가고 싶진 않아.

발길을 돌려 근처 공원으로 가니

나 같은 친구가 여럿 보이네.

‘여기 왜 왔을까?’

가방 사이로 빼꼼 튀어나온 수험서.

‘수능특강 언어’, ‘족집게 세계사’

보기는 싫어도 지난 여름 함께 해온 정든 내 책들.



구겨진 종이 사이로 빼곡히 적어둔 필기와

잘하자고 다짐했던 글들.

참 많이도 써 놨구나.

좋은 대학에 합격해 옆구리에 캠퍼스 노트를 들고

홍대에서 산 스트릿 패션도 맘껏 입어보고 싶었는데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내년이면 더 발랄해질 수 있을까.

내일도 모레도 웃을 수 있을까.

자꾸만 생각이 복잡해져.

하늘이 다시 어둑해진다.

이제는 집으로 가야지.

엄마가 날 기다리고 있을 거야.

환하게 웃을까? 아니면 그냥 안길까? 눈물이 나면 어떡하지?

우리 엄마 분명 걱정할 테니 활짝 웃고 들어가자.

내일은 학교에서 신나게 놀아야겠다.

숨 가쁘게 달려온 지난 19년.

가장 큰 짐을 내려놨어.

나를 위한 시간, 나에게 칭찬해줄 거야.

수고했어. 나.

/정수현기자 movingsho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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