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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맏언니 전수경·최정원 "나이요? 무대에 선다는 것 자체가 행복"

뮤지컬 '시카고'서 교도소 간수장 마마, 인기 여죄수 벨마 역으로 열연

2000년 국내 초연 때 젊고 섹시한 여죄수 '록시' 함께 연기

"시간 지나 록시에서 중년 캐릭터로 옮겨왔지만, 무대 오른다는 것에 감사"

뮤지컬 ‘시카고’의 한 장면에선 중년의 두 여인이 등을 대고 앉아 품위를 논한다. “요즘은 저런(젊고 예쁘고 영악한) 애들이 판치는 세상이야.” 현실을 한탄하는 두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악명 높은 여자 교도소에서 살인죄로 복역 중인 벨마 켈리(최정원·오른쪽)와 언론의 관심을 끌어주겠다며 수감자에게 뒷돈을 받아 챙기는 간수장 마마 모튼(전수경). 인기와 돈을 위해서라면 뭐든 하는 이들이 “이젠 없어 품위”라며 노래할 때, 관객은 신랄한 풍자에 통쾌함을 느낀다. 뭔지 모를 감동이 밀려오는 것은 그 다음이다. 벨마와 마마라는 캐릭터를 지우고 뮤지컬 맏언니로 30년 가까이 무대를 지키고 있는 두 배우의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묘한 여운이 가슴을 휘감는다.





“우린 서로에게 거울 같은 존재예요.” 전수경과 최정원은 알고 지낸 기간만 20년이 넘는 죽마고우다. 각각 1988년 대학가요제와 1989년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로 데뷔한 두 사람은 1994년 웨스트사이드 스토리를 시작으로 수많은 작품에 함께 출연하며 우정을 쌓아왔다. 특히 2000년 시카고 국내 초연 때 벨마의 인기를 위협하는 “저런 애들”인 록시로 함께 캐스팅돼 연기했다. 당시 두 사람은 서로의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록시’라는 캐릭터를 만들었다. “정원이는 몸으로 표현하는 요염함이, 저는 웃음 포인트를 살리는 코믹함이 강점이었어요. 둘이서 매일 ‘이 장면에선 이런 대사나 동작을 넣는 게 어때?’ 하며 회의를 했죠.”(전)

젊고 섹시한 록시의 시대를 지나 15년이 흐른 지금. 전수경은 지난해부터 마마로 시카고에 다시 합류했고, 초연부터 장기근속 중인 최정원은 2007년 벨마로 변신해 무대를 지키고 있다. 중년의 캐릭터로 옮겨가는 것이 여배우에겐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극 중 벨마가 록시로 인해, 록시가 또 다른 경쟁자의 등장에 느꼈을 감정이 이와 같지 않을까. “처음엔 ‘록시를 더 할 수 있는데…’하는 서운함이 앞섰죠. 그런데 벨마의 입장에서 대본을 다시 보니 그 속에 또 다른 매력이 담겨 있더군요.”(최) 전수경도 지난해 마마 역에 끌려 오디션을 보고 시카고에 합류했지만, 몇 년 전 제작사에서 같은 배역을 제안했을 땐 정중히 거절했다고. 그는 “마치 이모 역을 건너뛰고 바로 엄마로 가는 기분이 들었다”며 “그땐 여배우로서 마음의 준비가 안 되어 있었다”고 말했다.





지금은 무대에 서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는 천생 배우. 서로가 바라보는 상대의 강점은 무엇일까. 전수경은 “정원인 무대를 위해 하루하루 사는 아이”라며 “작품 하나를 오래 하면 느슨해지기 마련이지만 늘 관리하며 역동적으로 무대를 꾸미는 ‘독보적인 배우’가 바로 최정원”이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최정원도 전수경을 향해 “언니는 노래도 잘하는 데다 연기를 체계적으로 공부한 사람이라 대사를 맛깔나게 표현한다”며 “언니와 작품을 할 때 안도감을 갖고 무대에 오를 수 있는 이유”라고 전했다.

‘록시 역을 다시 할 수 있다면 하겠느냐’는 질문에 두 사람은 ‘Why not(왜 안돼)?’을 외친다. “시카고는 이 세상을 비꼬고 풍자하는 작품이에요. 벨마가 꼭 나이 많고 록시가 어려야 한다는 편견을 버리자구요.”(최) “시카고 국내 초연 20주년 때 우리 둘이 록시를 연기해도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요? 설마, 그 날 하루 관객이 안 들겠어요?”(전) 5년 남은 시카고 20주년이 벌써 기다려진다.
/송주희기자 ssong@sed.co.kr
/사진=송은석기자 songthoma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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