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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산 기부 할머니, 손수 지은 수의 입고 하늘로

93세 이명기 할머니 지난달 타계

2002년 동국대에 아파트 기부

10여년간 쌈짓돈도 22차례

"부담주기 싫어" 장례지원도 마다

전 재산 대학 기부 93세 할머니 수의도 손수 지어

대학에 전 재산을 기부한 93세 할머니가 생을 마감하는 순간에도 학교에 부담을 주기 싫다며 손수 지은 수의를 입고 떠나 주위를 숙연하게 하고 있다.

주인공은 14년간 나눔을 실천해온 이명기(사진) 할머니. 그는 경기도 성남에 있는 한 요양원에서 생의 마지막 시간을 보내다 지난달 25일 향년 93세로 세상 '소풍'을 마쳤다.

동국대에 따르면 이 할머니는 고액기부자에 대한 예우로 사후 장례 절차를 모두 지원하고 있다는 대학 측의 안내에도 손을 내저으며 손수 수의와 영정사진을 준비했다.

할머니는 지난 2002년 당시 2억5,000만원 상당이던 아파트를 동국대에 기부했다. 그를 칭찬하는 사람들에게는 "죽기 전 불교 발전을 위해 뭘 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 아파트를 기증하면 꿈을 이룰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흡족해했다.

그러면서도 "현금이 있으면 좋겠지만 가진 것이 이것밖에 없어 부끄럽다"고 미안한 마음을 내보였다.

이 할머니는 이후에도 10년 넘게 쌈짓돈이 모일 때마다 동국대에 기부했다. 10만원이 모이면 10만원을, 100만원이 모이면 100만원을 내놓아 모두 22차례에 걸쳐 1,000만원 넘는 돈을 더 기부했다.



젊은 시절부터 방직공장에 다니며 비단 짜는 일을 해왔지만 정작 자신은 한평생 값나가는 좋은 옷 한 벌 몸에 걸친 적이 없었다.

독실한 불교 신자로 매일 아침 절에 갈 때도 버스비를 아끼려 1시간20여분 거리를 걸어 다녔고 매일 소식(小食) 하는 등 자신을 위해서는 1,000원짜리 한 장 쓰기를 꺼리며 청빈하게 살아왔다. 그렇게 아끼고 또 아껴 한 푼 두 푼 모은 전 재산으로 33평짜리 아파트 한 채를 마련해 몸을 의탁했지만 이마저도 대학에 기부했다.

할머니를 가까이에서 살펴온 동국대 관계자는 7일 "불교의 가르침에 따라 무소유를 실천하시며 돈이 조금씩 모일 때마다 학생들을 위해 계속 기부하셨던 분"이라며 "가시는 순간까지도 흐트러짐 없이 이런 정신을 실천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깊은 존경심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2002년 당시 대외협력처장을 맡아 이 할머니와 인연을 맺은 한태식 동국대 총장도 빈소를 찾아 "이 할머니의 기부는 오랫동안 많은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할 것"이라며 "동국대는 할머니의 고귀한 뜻을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애도했다. /정혜진기자 made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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