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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미디어 빅뱅과 징비록의 교훈

M&A 통한 이종산업 융합 글로벌 경쟁시대 핵심 키워드

'반대를 위한 반대' 대신 생산적 논의로 미래 모색해야



요즘 방송·통신시장이 시끌벅적하다. 조용한 날을 찾아보기 힘든 곳이지만 최근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을 발표한 후 더더욱 그러하다. 사업자들은 연일 날 선 공방을 펼치며 갑론을박이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지금 논쟁을 보면서 불현듯 책 한 권이 떠올랐다. 조선 중기 영의정을 지낸 서애(西厓) 류성룡이 임진왜란의 경험을 정리한 '징비록(懲毖錄)'이 바로 그것이다.

임진왜란 발발 2년 전인 1590년 오랜 분열을 끝낸 일본의 정세를 살피기 위해 황윤길과 김성일이 조선통신사로 일본을 다녀온다. 돌아온 두 사람은 선조에게 서로 상반된 보고를 하는데 황윤길은 병화(兵禍)가 있을 것이니 준비를 해야 한다고 답한 반면, 김성일은 일본이 침략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했다.

당시 김성일은 일본의 침략 가능성을 인지했지만 민심의 혼란을 막기 위해 일부러 반대되는 보고를 했다고 한다. 더불어 사가(史家)들은 동인·서인으로 나뉘었던 당시의 붕당정치를 주된 이유로 꼽고 있다. 당파 싸움에 빠져 '반대를 위한 반대'에 몰입한 결과는 참담했다. 그후 불과 1년 뒤 임진왜란이 발발했고 6년간 유례없는 국란(國亂)을 겪어야만 했다.

500년 전 역사의 한 장면을 떠올리는 것은 역사의 교훈을 잊고 과거의 우(愚)를 범하고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적어도 미디어 영역에서는 시장행위를 반대하는 것은 결코 전략이 될 수 없다. 반대를 위한 반대라면 더욱 그러하다. 융합이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는 현재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닌 '돌파의 전략'을 구상할 때다.



이번 M&A를 포함한 방송·통신시장의 모습은 500년 전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필요성을 인지하면서도 당장의 유불리에 급급해 반대하고 보는 그릇된 관행이 굳게 자리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그 안에서 건전한 경쟁과 생산적인 대안은 늘 실종 상태였다.

방송·통신시장이 어렵다는 목소리는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그럼에도 이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묘안은 그리 많지 않다. 따라서 이번 CJ헬로비전 M&A를 둘러싼 작금의 논쟁은 매우 아쉽다. 독과점이든 시장침범이든 구체적인 사실과 이론에 근거한 합리적인 토론을 해야 한다. 자신이 하지 못한 것을 탓하기에 앞서 그렇게 한 상대방을 비난하는 것은 결코 생산적일 수 없다. 안방을 겨냥한 '새로운 계열'의 TV가 들어오려는 이때 역설적이게도 한국의 방송·통신산업은 제 살을 깎아 먹고 있는 형국이다. 디지털 비트로 발전된 정보기술의 요체가 TV의 화질과 음질이 아니라 산업과 시장, 국가와 문화라는 사실을 모르지 않을 텐데 말이다.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에 기업들은 생존 해법을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 선제적인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해 경영상의 군살을 빼고 기존 주력산업에 역량을 집중해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또 M&A를 통해 다른 산업과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기도 한다. 이는 기업의 엄청난 의지를 요구하며 상당한 진통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파 전략들은 멈출 수 없는 발걸음이며 진통을 최소화하는 슬기로움이 더욱 요구된다.

방송·통신 융합은 그동안 지속된 추세이자 현재이고 또한 미래다. 지금 우리에게는 시시각각 변하는 미디어 산업의 불확실성으로부터 질서를 만들어가는 돌파 전략이 필요하다. 이종 산업 간 M&A는 그동안 존재한 미디어 경영전략 중 하나일 뿐이다. 따라서 부디 생산적이고 합리적인 논쟁이 있기를 기원한다. 그래야 징비록을 남긴 류성룡의 유지가 후세에 한 번이라도 빛을 발할 것이다.

임종수 세종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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