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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총통선거를 하루 앞둔 15일 타이베이시 베이핑둥루 민진당 당사 앞에서 만난 교사 정리윈(53)씨. 막 쇼핑을 마치고 나온 듯 두 손에는 비닐 봉투가 4개나 들려 있다. 차이잉원 후보를 지지한다는 정씨는 "후원금 대신 차이 후보의 캐릭터 상품을 왕창 샀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주리룬 국민당 후보를 압도하며 총통 당선이 확실시되고 있는 차이잉원 민진당 후보의 당사내 선거캠프에는 특별한 가게가 있다. 캠프 구석에 마련된 상품점에는 차이 후보의 얼굴이 새겨진 티셔츠·수건·쿠션뿐만 아니라 장바구니·열쇠고리·우비·머그컵·쟁반·마우스패드 등 다양한 팬시용품과 먹을거리를 팔고 있다. '차이잉원 편의점'인 셈이다. 가격은 머그컵이 350대만달러(약 1만2,600원), 티셔츠 820대만달러(약 2만9,000원)로 일반 상점보다는 20~30% 비싼 편이지만 차이 후보 지지자들은 두말없이 구매한다. '차이잉원 편의점'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상품은 고양이 인형. 차이 후보가 키우는 고양이를 안고 찍은 사진은 대만 젊은이들에게 차이 후보를 가깝게 만든 촉매다. 하우통마오촌이라는 고양이 마을이 있을 정도로 대만인들은 고양이를 좋아한다. 왕원생 민진당 대변인은 대만 TVBS와의 인터뷰에서 "캐릭터 상품을 통해 후원 받는 것도 있지만 차이 후보를 이웃으로 느끼게 하는 효과가 더 크다"고 말했다.
국민당도 주 후보의 캐릭터를 이용한 상품을 팔고 있다. 국민당은 민진당과 다르게 청년층을 겨냥한 상품뿐만 아니라 과거 국민당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사진엽서 등을 판매한다.
대만 선거의 또 다른 이색적인 모습은 현직 총통이나 시장 등이 선거를 직접 지원하는 것이다. 전일 마잉주 총통은 새벽부터 국민당 당사로 나와 주 후보 지원 기자회견을 했다. 한국이면 선거법 위반으로 탄핵감이다.
부재자투표와 재외동포투표 제도가 없는 대만은 선거철마다 한 표 행사를 위해 대이동이 시작된다. 각 후보 진영마다 투표를 위해 고국을 찾은 동포들을 환영한다는 현수막이 결려 있고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지난 2012년 선거에서는 국민당 지지 성향의 중국 진출 기업인 20만여명의 귀국 투표가 마 총통의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올해는 귀국 기업인이 10만명도 채 되지 않아 국민당은 비상이다.
대학가도 술렁이고 있다. 첫 투표를 하며 '서우투(首投)'족으로 불리는 대학생들의 귀향투표가 막판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진당은 지지 기반인 대학생들의 귀향을 위해 TV 광고까지 할 정도다.
추첨에 따라 정해지는 복잡한 기호도 대만 선거의 특징이다. 이번 선거에서 총통 후보 기호는 국민당, 민진당, 친민당이 1, 2, 3번을 부여 받았지만 정당기호는 민진당이 1번, 국민당이 9번, 친민당이 2번이다. 입법의원 기호는 지역별 추첨에 따라 다르다. 신베이 제1 지역구의 민진당 지지자는 총통선거는 2번, 정당은 1번, 입법의원은 4번을 찍어야 한다. 여당은 무조건 1번이라는 한국의 선거 공식과 사뭇 다르다. 한편 선거 전일인 이날 차이 후보는 타이중을 출발해 신베이를 거쳐 오후10시께 타이베이 타이다거런 거리에서 마지막 유세를 했다. 주 후보도 거리 유세를 마친 후 중산구 당사 앞에서 선거운동을 마무리했다. /타이베이=김현수특파원 hs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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