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의 안정적 중고속 성장을 내세운 신창타이(新常態) 전략이 딜레마에 빠졌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6.9%에 그치면서 바오치(保七·7대 성장)가 무너지며 경제체질 변화 과정의 고통을 그대로 보여줬다. 자칫 과잉생산 해소 등 공급개혁이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생산과 투자만 더욱 위축시킬 경우 중국 경제가 깊은 침체의 늪으로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취훙빈 HSBC 중국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국내외 수요가 모두 취약해 디플레이션 압력이 증대하고 있다"며 "올해도 이러한 상황이 중국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생산·투자·소비 등 3대 지표 모두 경고등=지난해 중국 경제는 생산·투자·소비 등 3대 지표가 모두 둔화되며 경착륙 우려감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12월 산업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5.9% 증가하는 데 그쳐 11월의 6.2%보다 크게 낮아졌고 지난해 고정자산투자액 역시 전년 대비 10.0% 상승하는 데 그쳤다. 11월까지 11.2%였던 것과 비교하면 1.2%포인트나 떨어진 것으로 전문가 예상치인 10.2%도 밑도는 수치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44%를 차지하는 고정자산투자는 2014년 7월 이후 17개월째 둔화세를 이어가고 있다. 12월 소매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11.1% 증가하는 데 그쳐 전달의 11.2%, 시장 예상치 11.3%에도 미치지 못했다.
무엇보다 중국 경제 성장의 견인차였던 무역 악화가 눈에 띈다. 지난해 수출입 총액은 24조5,849억위안으로 전년보다 7.0%나 급락했다. 수출은 1.8% 줄어드는 데 그쳤지만 수입은 무려 13.2%나 감소했다. 무역수지가 3조6,865억위안 흑자이지만 수출과 수입 모두 줄어든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다. 1·2차산업의 GDP 증가율이 모두 하락세를 기록한 가운데 3차산업은 8.3% 증가세를 보인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다.
◇성장 회복 vs 구조조정의 딜레마 빠진 중국 정부=시장은 예상치에 맞춰진 지난해 성장률을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다. 일부 투자은행들은 통계조작 가능성을 언급하며 중국의 진짜 성장률은 2%대라는 극단적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바클레이스는 지난해 3·4분기 물가지수 등을 적용한 실질 GDP 성장률이 2.9%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화물량, 전력생산량, 여객 수, 공사 면적 등 실물경제를 바탕으로 GDP를 계산한 캐피털이코노믹스는 3·4분기 4.4%, 지난해 전체 4%로 추정하기도 했다.
신창타이 전략 2년째를 맞은 올해는 중국 경제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진국 함정에 빠진 채 더 주저앉을지, 아니면 성공적인 구조개혁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게 될지 갈림길에 선 것이다. 일단 글로벌 수요 회복이 불확실한 탓에 올해 중국 성장률은 더 떨어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문제는 중국 정부의 딜레마다. 중국 정부는 성장의 속도가 줄더라도 각종 개혁조치를 과감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그러기에는 현실적으로 중국 경제가 너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증권·외환시장에서 보여준 미숙한 정책 접근은 정부에 대한 신뢰도마저 떨어뜨리고 있다. 린웨이지 국제통화기금(IMF) 중국 대표는 "중국 정부는 지난 2008년과 같은 과감한 유동성 확대의 유혹을 느끼지만 과잉이라는 부작용에 대한 경험이 이를 망설이게 한다"고 지적했다. /베이징=김현수특파원 hs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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