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캐머런(사진) 영국 총리가 사상 최대 조세회피 의혹자료인 ‘파나마 페이퍼스’ 의 폭로에 못 이겨 총리 취임 직전까지 역외펀드를 소유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7일(현지시간) 캐머런 총리는 TV 뉴스에 자신과 부인이 공동계좌로 부친 이언 캐머런이 조세회피처 바하마에 설립한 투자펀드 ‘블레어모어 홀딩스’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고, 2010년 1월 이를 3만1,500파운드(약 5,000만원)에 매각했다고 말했다. 이는 그가 2010년 5월 총선에서 승리해 총리에 취임하기 넉 달 전이다.
그러나 캐머런 총리는 “배당소득세를 냈고 자본이득세는 면세 한도여서 내지 않았지만 해당 주식 관련해 영국의 세금제도에 따라 처리했다”며 탈세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해당 펀드는 부친이 환율 통제가 시작된 이후 달러화 표시 주식에 투자를 원하는 개인과 기업들을 위해 설립한 것이라며 탈세 의도와는 거리가 멀다고 강조했다. 총리의 부친 이언 캐머런은 2010년 사망했다.
앞서 파나마 페이퍼스 프로젝트에 참여한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언 캐머런이 1982년 설립한 블레어모어가 지난 30년간 영국에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또한 블레어모어가 지난 2006년 새로운 투자자를 모집하면서 내건 ‘투자이익에 대해 영국 법인세나 소득세가 부과되지 않을 것’이라는 문구를 언급하며 조세회피 의도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총의 실토는 3개월 앞으로 다가온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를 앞두고 캐머런 총리가 이끄는 유럽연합(EU) 잔류 진영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이번 파문은 캐머런 내각이 EU 잔류를 호소하는 전단을 만드는 데 900만 파운드를 쓴 데 대해 보수당 내 브렉시트 찬성 진영에서 “세금을 낭비했다”는 공세를 퍼붓는 가운데 나와 영향이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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