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관중의 야유 속에 개막을 맞았던 김현수(28·볼티모어 오리올스)가 박수 속에 성공적인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김현수는 11일(한국시간) 빅리그 데뷔 타석에서 안타를 친 첫 한국인 메이저리거가 됐다. 볼티모어 오리올파크앳캠든야즈에서 열린 탬파베이 레이스 원정경기에 9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전한 김현수는 3타수 2안타 1득점을 기록한 뒤 7회 대주자로 교체됐다. 한국인 메이저리거의 데뷔전 멀티히트(한 경기 2안타 이상)도 김현수가 최초다.
지난 5일 경기 전 개막 공식행사 때 김현수가 소개되자 관중석에서는 야유가 나왔다. 김현수를 구단 이익에 반하는 선수로 판단한 볼티모어 팬이 있었다는 얘기다. 2년 계약한 김현수가 시범경기에서 부진하자 구단은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하기를 종용했다. 김현수는 그러나 거부권을 행사하며 메이저리그 개막 25인 로스터에 포함됐다.
예상대로 벤치에만 머물던 김현수는 개막 5경기 만에 잡은 첫 기회에서 멀티히트를 작성하며 다음 기회도 기약했다. 2안타는 모두 빗맞은 내야안타였다. 1대0으로 앞선 2회 1사 2루에서 3루수 쪽 느린 땅볼로 1루에 진루, 매니 마차도의 홈런 때 득점에 성공했고 7회 1사 뒤에는 2루 쪽 내야안타로 살아 나갔다. 강한 타구가 없어 아쉽지만 간절함이 통한 안타로 자신감을 찾았다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 경기 후 김현수는 “야유를 받는 일은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첫 안타가 나와 조금은 마음이 놓이지만 더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첫 안타 공을 건네받은 뒤 “아무도 못 가져가게 금고에 넣어둘 것”이라는 농담도 했다. 벅 쇼월터 볼티모어 감독은 “팀 동료들은 김현수가 조금이라도 잘 되기를 바랐는데 그는 결국 해냈다”며 “외야에서 어려운 플레이도 몇 개 해줬다. 팀의 일부분이 된 데 대해 모두가 만족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5대3으로 이긴 볼티모어는 개막 5연승을 달렸다.
오승환(34·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원정경기에서 1이닝 2탈삼진 퍼펙트로 메이저리그 첫 승을 따냈다. 5대6으로 뒤진 7회 등판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넘겼는데 세인트루이스는 8회 2득점으로 역전한 끝에 12대7로 이겨 오승환이 승리투수가 됐다. 한국인 투수의 메이저리그 승리 기록은 2014년 9월1일 류현진(LA 다저스) 선발승 이후 588일 만이다. 오승환은 4경기 3과3분의2이닝을 피안타 없이 무실점으로 넘기고 있다. 11개 아웃카운트 가운데 8개를 삼진으로 채웠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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