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이니 비박이니 하는 ‘편 가르기’는 걷어치우고 친(親)서민으로 다가서는 새누리당이 돼야 합니다.”
새누리당이 4·13 총선에서의 참담한 패배로 충격에 휩싸인 14일 비상대책위원장에 내정된 원유철 원내대표는 서울경제신문과 단독으로 전화 인터뷰를 갖고 “조금 더 겸손하게 국민 뜻을 받들어나갔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던 게 사실”이라며 이같이 반성했다.
수도권 5선 고지 등극을 축하한다는 기자의 말에도 “지금은 축하를 받을 만한 상황이 아니다”라는 대답으로 성난 민심의 심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음을 에둘러 표현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본지와 인터뷰를 가진 뒤 이날 오후8시30분부터 열린 당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대됐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최고위원들의 제안에 “자신도 총선 패배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고사했지만 거듭된 권유에 중책을 수락했다고 김태호 최고위원이 밝혔다.
이날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을 위해 일괄 사퇴를 결정했다. 따라서 원유철 원내대표는 조만간 열리는 전국위원회 의결을 통해 비대위원장으로 최종 추인되면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까지 당 수습을 위한 ‘선장’ 역할을 맡게 된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인터뷰에서 “우리끼리 계파 갈등과 공천 갈등에 골몰하면서 보여준 볼썽사나운 모습 때문에 새누리당을 지지하고 사랑했던 분들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고 이번 총선의 패인을 분석했다. 이어 원유철 원내대표는 “신뢰를 회복하는 게 걱정이지만 친민생을 내세우는 새누리당이 되지 않으면 어려울 것 같다. 나부터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비대위원장의 적임자로 원유철 원내대표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는 질문에는 마치 본인에게 주어질 중책을 예감한 듯 “당 대표가 사퇴를 했으니 지도부 가운데 누군가는 수습을 해야 한다”며 “(비대위원장을 맡게 되면) 어떻게든 잘 수습을 해서 등 돌린 민심을 붙잡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원유철 원내대표의 바람과는 상관없이 한동안 잠복기를 가졌던 친박계와 비박계는 비대위 구성 이후부터 오는 5~6월로 예상되는 전당대회까지 총선 패배의 책임 소재와 차기 당권을 놓고 또 한 번 피 튀기는 내전(內戰)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두 계파가 조기에 갈등을 봉합하지 못하고 쇄신의 기회를 날린다면 최악의 경우 여권 분열 사태로까지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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