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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칼럼] 시진핑과 두 마리 토끼

홍병문 베이징 특파원





중국 정부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인민일보가 이번 주 이례적인 기사 두 편을 이틀에 걸쳐 연속으로 쏟아냈다.

지난 9일 발표된 기사는 1면에서 시작해 2면 한 면을 통째로 차지했고 다음 날 나온 기사는 2면과 3면을 가득 채웠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두 기사는 세간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9일자 기사는 이른바 ‘권위 인사’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경제의 전망과 과제를 진단한 글이었다. 기사를 요약하면 중국 경제는 국내외의 여러 난제 탓에 장기적으로 ‘L자형’ 성장 곡선을 그릴 것이며 중국 경제가 당면한 최대 문제는 과도한 부채라는 내용이다.

사실 이 같은 주장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중국 당국자들은 기회가 날 때마다 부실 기업과 부채 문제를 지적해왔고 경제 성장 속도 또한 오는 2020년까지 6.5%의 중속 성장 탄력을 유지하겠다고 정부가 연초에 공식 발표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이 글에 시선이 집중된 것은 인민일보가 인터뷰한 ‘권위 인사’의 실체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권위 인사의 발언이 리커창 중국 총리의 경제 정책을 비판하는 기조였다는 점에서 정치적 라이벌 관계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다음날 인민일보가 시 주석의 연초 강연 발언을 모아 공급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한 기사를 내보내자 대다수의 중국 매체는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실어줬다. 둘째 날 기사가 발표된 후 시장의 관심은 권위 인사의 실체에서 기사의 배경으로 쏠렸다.



외신과 금융시장에서는 중국 당국의 경제정책 방점이 성장보다 구조개혁으로 이동하는 신호탄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았다. 투자자들은 정부 당국이 성장을 위한 경기부양 속도를 늦출 것으로 판단해 주식을 내다 팔면서 상하이종합지수는 9일에만 2.8% 빠졌다.

그렇다면 정말 중국 경제가 성장을 포기한 채 구조개혁으로 옮겨가는 것일까. 중국은 연초 정부 업무 보고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 적자 비중을 3%로 확대하며 경기 부양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대다수의 해외 언론은 이 같은 업무 보고를 근거로 중국의 올해 경제 무게중심이 성장 쪽에 맞춰질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내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시진핑 정부의 경제 운용 스타일을 고려할 경우 중국 당국의 정책 기조가 한순간에 바뀔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그보다 시 주석이 강조해온 구조개혁에 대한 시장 피로감이 일부 당국자들의 반발 움직임으로 확산할 기미를 보이는 것에 대한 강력한 경고 신호로 해석하는 쪽이다.

인민일보는 논란이 확대되자 온라인 해외판 논평에서 이 기사의 목적이 변화하는 경제 상황에 관리들이 잘 적응하도록 조언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틀에 걸쳐 인민일보 앞면을 장식한 두 편의 기사는 ‘성장’과 ‘개혁’이라는 양대 과제 중 개혁에 대한 일부 간부들의 반발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을 우려한 최고 지도부의 불편한 심기가 반영됐다는 뜻이다. 이는 성장과 개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시진핑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기도 하다.

문제는 과연 성장과 개혁이라는 양립하기 힘든 두 가지 과제를 중국 당국 경제 실무자들이 어떻게 풀어나가느냐다. 인민일보는 10일자 기사에서 시진핑 정부의 개혁은 ‘감세’와 ‘규제 완화’로 상징되는 서구식 공급개혁과는 달라야 한다고 분명하게 못을 박고 있다. 인민일보는 “일부 간부가 공급 개혁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시 주석의 경고 메시지도 곁들였다. 성장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으면서 중국 경제의 시한폭탄인 부실 기업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하는 일, 지금 중국 경제 운용자들의 머리를 짓누르는 어렵고도 힘든 숙제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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