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1년 9월11일.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충격에 빠진 날이다. 그날의 테러로 쌍둥이빌딩을 포함한 7개 빌딩으로 이뤄졌던 뉴욕 맨해튼의 세계무역센터는 물론 그 주변 건물까지도 산산이 부서졌다. 그로부터 13년이 지난 2014년 11월. 세계무역센터 재건을 세계에 알리는 상징적인 건물이 개장했다. 바로 ‘원월드트레이드센터(1WTC)’다. 미국 사람들에게는 ‘프리덤 타워(Freedom Tower)’로도 불리는 이 건물은 테러로 무너져 내린 세계무역센터 부지에 다시금 우뚝 섰다. 재건 프로젝트는 ‘추모와 첨단’을 모토로 15년째 진행 중이다.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 ‘그라운드제도’
5개의 첨단 건물에 메모리얼관까지 조성
2WTC 등 사업부진 … 15년째 공사중
미국 뉴욕주 뉴욕시 로어 맨해튼에 위치한 세계무역센터 부지는 테러 이후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로 불린다. 그라운드 제로는 폭발이 있었던 지표의 지점을 뜻하는 용어다. 쌍둥이빌딩이 무너질 때 그 파편 등이 주변으로 튀어 기존 7개 빌딩이 같이 붕괴·손상돼 부지 전체가 폐허가 된 탓이다. 이때 생겨난 잔해를 치우는 데만 8개월이 걸렸다는 후문이다.
이후 이 자리에 새로운 세계무역센터를 짓는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이 부지의 소유자인 ‘뉴욕 뉴저지 항만청’은 옛 세계무역센터를 장기임대한 부동산개발업자 ‘래리 실버슈타인’과 함께 계획을 수립했다.
세부 내용은 1WTC를 포함한 5개의 초고층 건물과 9·11 메모리얼과 박물관, 그리고 뉴욕 지하철 환승센터 등을 조성하는 것이었다. 폐허가 된 세계무역센터를 복합개발을 통해 추모와 희망이 담긴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복합개발을 통한 재건 프로젝트는 이후 여러 암초를 만나게 된다. 2008년 금융위기로 촉발된 부동산 침체 등이 원인이다. 실제로 2011년 실버슈타인은 재건사업의 완공 시기를 올해로 잡았으나 아직 고층건물 2개는 골조공사에 착수하지도 못했다.
●다시 찾은 미국 최고빌딩
104층 높이 전망대 서면 맨해튼 한눈에
73개의 엘리베이터 설치 등 진기록도
현재까지 복합개발 재건 현황을 보면 5개의 고층빌딩 중 1WTC(104층)와 4WTC(74층), 7WTC(29층)가 준공됐으며 9·11 메모리얼과 박물관도 2014년부터 운영 중이다. 이 중 가장 상징적인 건물은 1WTC이다. 2006년 착공해 2013년 준공된 1WTC는 높이가 541m로 현재 미국에서 가장 높다. 그전까지의 최고층 건물은 1974년 준공된 시카고의 윌리스타워(442m)였다. 이로써 미국 최고 높이 건물이라는 지위를 세계무역센터 건물이 탈환하게 됐다. 무너진 쌍둥이빌딩은 준공 당시 미국 최고 높이였으나 몇 년이 채 되지 않아 윌리스타워에 그 지위를 빼앗긴 바 있다.
1WTC의 연면적은 32만5,279㎡에 달한다. 이 빌딩에 들어간 철제 H빔만 181.4톤에 달하며 엘리베이터 역시 73개가 설치되는 등 건설 과정에서 여러 가지 진기록을 냈다. 현재 100~104층은 전망대(ONE WORLD OBSERVATORY)로 사용된다. 건물 서쪽에는 전망대 전용 출입구가 있다.
기자가 직접 올라가 보니 왼편 월스트리트는 물론이고 저 멀리 센트럴파크까지 맨해튼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뿐 아니라 자유의 여신상과 브루클린과 뉴저지주, 그리고 대서양까지도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었다.
●세계무역센터 과거, 현재 그리고 비판
침체된 도시재생 위해 건립된 옛 WTC
미흡했던 주변과의 연결성 회복할지 주목
그라운드 제로 재건 프로젝트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먼저 3WTC(80층)는 현재 한창 공사 중이다. 입주자를 구하지 못해 2014년에 잠깐 공사가 중단됐으나 최근 다시 공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2018년 준공 예정이다. 2WTC(76층) 역시 수년간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지난해 뉴스재벌 루퍼트 머독이 소유한 ‘뉴스코퍼레이션’과 ‘21세기폭스’가 빌딩 대부분에 대한 임차 의사를 밝히면서 사업이 급물살을 타는 듯했으나 올 들어 결정을 번복했다. 설계안은 확정돼 있는 상태로 기존 노먼포스터에서 덴마크 건축업체 BIG로 바뀌었다. 5WTC는 아직 사업이 추진되지 않고 있다.
1WTC 바로 오른쪽에 예정된 ‘퍼포밍아트센터(PACWTC)’ 사업은 조만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브루클린의 REX사가 설계회사로 선정됐다. 2019년 준공 예정인 PACWTC는 뉴욕의 최신 예술 동향을 소개하고 전시하게 된다. 이에 따라 당초 계획한 재건 사업은 2020년께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무역센터 부지는 대지면적만 6만4,749㎡에 달한다. 기존에 ‘라디오 로(Radio Row)’라 일컬어지던 전자제품 시장 거리가 전면 재개발된 것. 1950년대 당시 인근 무역항이 쇠락하면서 로어 맨해튼이 침체되자 ‘체이트맨해튼은행’의 회장이었던 데이비드 록펠러가 도시재생 차원에서 뉴욕 뉴저지항만청에 세계무역센터의 건립을 제안하고 주도한 것. 이렇게 탄생한 것이 옛 세계무역센터다.
‘9·11테러’ 이후 새롭게 재건되는 세계무역센터가 한층 진화된 모습으로 완공될지 주목된다. 과거 무역센터는 오밀조밀한 블록이 특징인 맨해튼 골목의 흐름과 연결성을 단절시킨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따라서 재건되는 신세계무역센터가 도시적 맥락과 연결성을 회복시킬 수 있을까 하는 데 건축계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뉴욕(글·사진)=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 박스 - 9·11 메모리얼
무너지 쌍둥이 빌딩 자리에 거대한 인공우물 조성
바쁘게 움직이는 직장인들과 관광객으로 가득한 뉴욕의 로어 맨해튼. 그곳의 중심부에 위치한 세계무역센터의 중앙광장에는 거대한 인공우물 2개가 들어서 있다. 각각 면적이 4,000여㎡에 달하는 이 인공우물로 다가서면 중앙의 구멍으로 쏟아져내리는 물소리에 주변 소음이 덮이며 고요해진다. 바로 ‘9·11테러’로 생사를 달리한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애도하기 위한 ‘9·11 메모리얼(The National September 11 Memorial)’이다.
테러로 무너진 쌍둥이빌딩의 자리를 그대로 인공우물로 조성했다. 우물 난간의 동판에는 알파벳이 빼곡하게 새겨져 있다. 약 3,000여명에 달하는 희생자들의 이름이다. 사람들은 이곳에 빨갛고 하얀 장미꽃들을 꽂아두고 희생자들을 기리는 모습이다.
흥미로운 것은 재건계획 수립 당시 쌍둥이건물 부지를 두고 어떻게 쓸 것인지 의견이 분분했다는 전언이다. 국민들과 유족들은 추모시설로 활용하기를 요구했으나 뉴욕시와 사업자들은 추모시설을 지하로 넣는 등 절충안을 내세운 것. 결국 국민 여론에 따라 온전한 추모공간으로 거듭나기에 이르렀다.
우물을 포함한 9·11 추모공원 ‘부재의 반추(Reflecting Absence)’는 건축가 마이클 아라드와 조경건축가인 피트 워커가 설계했다. 2003년 국제경쟁공모 당시 63개국에서 제출된 5,201개 작품 중 하나였다.
두 인공우물 사이에는 ‘9·11 박물관(National September 11 Museum)’이 자리했다. 9·11의 비극을 보존하고 알리기 위함이다. 2014년 개장한 이 박물관은 9·11 테러의 배경과 당시 국내외 반응을 연대적으로 보여준다. /뉴욕=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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