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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정필의 음악이야기] 무대위의 동료들

이탈리아에는 세상에 남자와 여자 그리고 테너가 있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테너라는 존재가 특별하고 특이하기도 하다는 뜻인데 그런 테너와 테너가 서로 친해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 일로 비춰진다

세계 3 테너로 우리에게 알려진 루치아노 파바로티, 호세 카레라스, 플라시도 도밍고. 이들은 사실 젊은 시절 항상 서로 의식하고 경쟁해야하는 오페라 세계의 선수들이었다. 특히 파바로티와 도밍고는 인터뷰를 통해 서로에 대한 불편함을 만천하에 공개할 만큼 가까워지기 쉽지 않은 성악계의 양대 산맥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1990년 로마 월드컵 기념 3테너 공연을 통해 이 세사람의 예술가들은 서로를 도와주고 지지하는 가장 믿을만한 동료가 됐고 그 시너지 효과는 이루말할 수 없을만큼 컸다

사실 로마공연 이전 카레라스가 백혈병에 걸려 어려운 상황에 있을 때 신분을 밝히지 않고 그의 투병을 지원해 준 이는 다름아닌 도밍고였다. 카레라스가 퇴원후 복귀를 준비하려 할 때도 바르셀로나 오페라 극장에서 커튼 콜을 받던 도밍고가 청중에게 그 공연을 찾았던 카레라스의 존재를 알리며 무대위로 올라온 카레라스와 포옹하고 그의 귀환을 알리던 장면은 청중의 우뢰와 같은 박수와 함께 정말 감동적인 동료애로 기억되어진다.

3테너 로마공연 이후 파바로티는 도밍고와 가수 대 가수로, 또는 가수와 지휘자로 여러 공연들을 했다. 이 두 거장의 협력적인 만남은 역사에 길이 남을 좋은 공연들을 남겼고 아티스트의 동료애가 얼마나 큰 효과를 가져오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가 되었다.



몇 년전 필자가 우리나라 모 공연장에서 마티네 콘서트를 할 때였다. 당시 필자는 심한 감기에 걸려 있었고, 전부 오페라 곡들로 짜여진 아침공연에 노래하기 너무나 힘든 상황이어서 공연 하루 전 극장측에 대신 할 사람을 추천하려 했다. 하지만 극장측은 이미 티켓이 매진되어 출연진이 바뀔 경우 혹시 일어날지도 모를 좋지않은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며 난색을 표시했고 할 수 없이 필자는 아픈 목을 부여잡고 주사와 온갖 약을 처방 받은 후 공연장에 도착 했다. 그리고 먼저 지휘자에게 상황을 이야기 했고 특히 그 날 함께 노래할 소프라노에게는 솔직하고 정중하게 부탁했다. 이중창을 부를 때 호흡이나 박자를 내게 맞춰 달라고…. 그리고 그 소프라노는 웃으며 필자를 도와 주겠노라 말을 해주었다.

드디어 공연이 시작되고 필자는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독창곡들을 불렀고 이제 마지막 이중창을 부르러 무대로 나아갔다. 그리고 결과는…? 그 소프라노는 철저히 약속을 지켰다. 아니 필자가 실수하지 않도록 모든 배려를 해주었다. 덕분에 콘서트는 많은 박수를 받으며 무사히 끝났고 필자는 그 소프라노에게 진심으로 감사했으며 지금까지도 그 동료애를 기억하고 있다. 그 이후 필자는 공연때 마다 나 자신은 동료들에게 어떤 존재인가를 항상 생각하며 일에 임하고 있다. 서로에게 믿음과 신뢰를 갖고 함께 일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극대화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지름길이라 굳게 믿으며! (테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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