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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급 통일신라 '청동정병' 1,200년만에 자태 드러내다

삼척 흥전리 절터서 2점 출토

훼손 없는 가장 완벽한 형태

주조기법 등 학술적 가치도 커

강원도 삼척 흥전리 사지에서 완전한 형태로 출토된 통일신라시대의 청동정병 2점 /사진제공=문화재청




강원도 삼척시 흥전리의 옛 절터에서 통일신라 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가장 완전한 형태의 국보급 청동정병이 출토됐다.

문화재청(청장 나선화)과 불교문화재연구소(소장 일감스님)는 ‘삼척 흥전리 사지(寺址)’ 발굴조사 과정에서 보존 상태가 완벽에 가까운 청동정병 2점(높이 약 35㎝)을 찾아냈다고 2일 밝혔다.

정병(淨甁)은 학(鶴)처럼 긴 목에 촛대처럼 뾰족한 뚜껑이 있고, 몸통은 계란형으로 둥근 물병이다. 물을 따르는 주구부(注口部)가 비녀 모양으로, 장식적인 게 특징이다. 정병은 인도에서 승려가 지니고 다니던 물병에서 유래해 부처와 보살 앞에 정성을 바치는 공양구가 됐다. 관음보살이 정병에 든 감로수를 통해 중생의 목마름과 고통을 덜어준다 하여 자비의 상징물로 통한다.

청동정병은 불교가 융성했던 통일신라와 고려 시대에 주로 제작됐다. 이번 발굴 유물은 국보 제92호로 지정된 고려시대 청동정병인 ‘청동 은입사 포류수금문 정병’보다 제작 시기가 앞서 ‘국보급’으로 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청자로 만들어진 국보66호 ‘청자 상감연지원앙문 정병’과 보물344호 ‘청자 양각갈대기러기문 정병’ 등도 고려시대의 것이다. 통일신라의 청동정병은 지금껏 총 3점이 발견됐지만 경북 군위군 인각사 발굴조사 때 출토된 2점과 충남 부여군 부소산에서 공사중 수습된 1점은 훼손이 심해 지정문화재가 되지 못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흥전리 사지에서 출토된 청동정병은 매우 희소한 통일신라 청동정병 가운데 가장 완전한 형태로 출토됐다”며 “기존 발견된 통일신라의 청동정병이 8세기 후반경의 작품이라면 흥전리 사지 출토품은 9세기 이전 것으로 추정되고, 출토지가 명확하기에 가치가 크다”고 밝혔다. 안귀숙 문화재청 문화재감정관은 “어깨 부분에 양감이 있고, 표면의 상태로 볼 때 주조기법이 매우 뛰어나다”며 “가장 이른 시기에 제작된 청동정병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흥전리 청동정병은 표면 문양이 거의 없는 단아함이 특징이지만 국보92호 고려 청동정병은 은(銀)으로 무늬를 장식한 화려함이 특징이라 금속 공예의 양식적 변천과정을 연구할 단서가 될 전망이다.



‘삼척 흥전리 사지’에서는 2014년 발굴조사 이후 금당터와 탑 자리 등 주요 가람시설이 확인됐다. 불교국가인 신라에서 왕이 임명하는 승단 최고의 통솔자이자 국왕의 고문 승려를 뜻하는 ‘국통(國統)’이 새겨진 비문 조각, 화려한 장식의 깃발인 ‘금동번’ 등이 출토돼 위세 높은 사찰이었음을 짐작케 한다. 청동정병이 발굴된 곳은 금당이나 탑이 있던 자리가 아닌 좁고 긴 건물터였다. 유물을 발견한 박찬문 불교문화재연구소 발굴팀장은 “정확한 용도는 알 수 없으나 ‘승방’이 아니었을까 추정하는 건물지를 조사하던 중 완전한 형태로 나란히 놓인 청동정병 2점을 수습했다”며 “상당한 규모의 사찰터로 추정되지만 아직 절 이름과 문헌기록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 추가 조사·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문화재청은 불교문화의 보존과 활용을 위해 불교문화재연구소와 함께 2010년부터 전국 5,400여 개 옛 절터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중이다. 발굴된 청동정병 2점의 보존처리와 정밀분석은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진행되며 결과에 따라 국가지정문화재 지정도 검토될 예정이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삼척 흥전리 사지에서 출토된 청동정병 2점은 나란히 놓인 모습으로 발굴됐다. /사진제공=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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