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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수출용 원유가 내려...사우디 '이란 제압' 승부수

"중동패권 위협 시간문제"

지중해 지역 등 10센트 인하

석유의존도 높아 자충수 될수도

석유전쟁을 주도하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유럽 수출용 원유가격을 또다시 내리기로 했다. 중동 내 양대 맹주이자 앙숙인 이란의 국제원유시장 복귀가 예상 외로 급물살을 타자 가격경쟁을 통해 고사시키겠다는 것이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북서부유럽 지역에 공급하는 7월 인도분 경질유 가격을 배럴당 35센트, 지중해 지역은 10센트 인하하기로 했다. 전통적으로 하반기는 정유공장의 보수기간이 끝나 수요가 늘어나는 시기인데다 최근 나이지리아산 석유공급 차질로 가격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극히 이례적인 조치다.

이번 사우디의 승부수는 이란 견제용이다. 사우디는 지난 2일(현지시간) 열린 석유수출국기구(OPEC) 총회에서 국제유가 안정을 위해 회원국 생산량의 상한선을 설정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란이 서방의 경제제재 이전 수준인 하루 400만배럴 생산에 도달할 때까지 증산 방침을 굽히지 않으면서 합의에 실패했다.

사우디는 OPEC을 지렛대로 삼아 이란의 손발을 묶어놓으려다 여의치 않자 이란의 최대 원유수출 시장인 유럽 공급가격을 낮춰 정면공격에 들어간 셈이다. 이란의 대유럽 원유 수출 규모는 올 2월 금수조치 해제 이후 최근 하루 40만배럴로 급증했고 그리스·프랑스·이탈리아 등과 계약이 잇따라 체결되며 수개월 내 70만배럴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사우디의 유럽 수출량 80만배럴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사우디로서는 이란의 경제력 회복으로 중동 패권이 위협받는 사태가 시간문제가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사우디는 이란의 국제원유시장 복귀를 막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다. 올 4월 사우디는 이란산 원유를 실은 선박이 자국과 바레인 항구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또 2월에는 유럽 지중해 연안국가로 수출되는 경질유와 중질유 원유 가격을 각각 배럴당 30센트, 20센트씩 낮추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사우디의 방해공작이 실패로 끝나는 모양새다. 이란의 원유수출 물량은 1년 전 하루 130만배럴에서 올 4월과 5월에 각각 210만배럴, 230만배럴로 급증했다. 미국의 대이란 경제 제재가 아직 유지되고 있어 글로벌 선사들이 이란산 원유 선적을 주저할 것이라는 당초 전망이 빗나간 것이다.

더구나 사우디는 이란보다 석유 의존도가 높고 저유가에 경제난이 심화하고 있어 전면적인 출혈경쟁을 벌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 사우디는 이번에 유럽 수출 가격은 낮추면서도 동아시아와 미국 수출 가격은 각각 배럴당 35센트, 10센트 인상했다. WSJ는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가격전쟁에서 결국 이란이 우위를 점하고 사우디가 최대 패자가 될 것”이라며 “북유럽·영국 등의 유럽 생산업체들도 희생양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최형욱특파원 choihu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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