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에서 시세조종이 대주주와 사채업자, 증권사 직원 등이 유기적으로 결탁한 구조적 범죄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수사 노하우를 적극 공유해 건전한 자본시장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탤 것입니다.”
‘시세조종 분야 블랙벨트 1호’ 검사인 문찬석(사법연수원 24기) 순천지청장은 6일 “일반 투자자들이 힘없이 시세조종 세력의 먹잇감이 되는 비정상적 상황을 개선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대검찰청이 지난달 30일 개최한 제4회 공인전문검사 인증심사위원회에서 공인전문검사 1급 블랙벨트로 인증받았다.
블랙벨트는 검찰이 검사 전문화를 위해 지난 2013년 11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공인전문검사 제도의 최고 등급이다. 문 지청장과 이종근(사법연수원 28기) 수원지검 형사4부장, 박현주(사법연수원 31기) 부산지검 형사3부 부부장 등 세 명이 이번에 제도 시행 후 처음으로 블랙벨트 검사 타이틀을 획득했다. 시세조종 분야 블랙벨트로 인증받은 문 지청장은 2000년대 초 주식시장을 뒤흔든 리타워텍 사건을 처리한 후 각종 증권 범죄 사건을 처리한 전문가다. 증권범죄합동수사단 초대 단장을 맡았으며 지난해 금융증권범죄중점청인 남부지검 2차장을 지내 검찰 안팎에서 유력한 블랙벨트 후보로 꼽혀왔다.
유사수신·다단계 분야 블랙벨트 검사가 된 이 부장은 피해액수 2조1,000억원의 ‘JU 사건’을 처리한 이로 유명하다. 유사수신·다단계 사건의 경우 국내에 알려진 지 10여년에 불과해 관련 법리나 판례가 상대적으로 적고 수법이 복잡해 검사의 수사 역량과 노하우가 절실히 필요한 분야다. 또 성범죄 분야 블랙벨트가 된 박 부부장은 안양 비산동 발바리 사건, 특수부대 출신 피고 특수강간 사건 등 그동안 처리한 성폭력 사건만 800여건에 달해 성범죄 분야 수사의 최고 베테랑으로 꼽힌다. 박 부부장은 “성폭력 분야에서 블랙벨트가 나온 것은 우리 사회가 성폭력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그 분야의 전문성을 높이는 데 관심을 두고 있다는 뜻으로 이해한다”며 “범죄자의 신상정보 등록이나 공개 등 재범을 막기 위한 처분은 물론 관련 법 연구와 수사 및 공판 기법을 후배검사들과 나누겠다”고 말했다.
이 외에 검찰은 20개 분야 21명의 검사에게 블루벨트를 인증·수여했다. 그중 장준혁(변시 1회) 검사는 로스쿨 출신 검사 가운데 첫 블루벨트가 됐다. 또 6개월간 미궁에 빠져 있던 마산 무학산 살인사건의 피의자를 밝혀낸 안희준(사법연수원 30기) 마산지청 형사2부장도 과학수사 분야에서 블루벨트를 받았다. /김흥록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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