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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진 신영자산운용 대표 "20년 간 가치·배당주 노하우 축적…외풍에도 소신 지키며 플러스 수익 올렸죠"

[CEO&STORY]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사장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송은석기자




“된장찌개 같은 겁니다. 누구나 된장찌개를 끓이지만 오랜 세월 장사를 한 집은 유난히 맛있잖아요.”

지난 10여년간 변동성 심한 증시환경 속에서도 꾸준히 플러스 수익률을 올려 온 펀드운용 비결을 묻자 돌아온 이상진(사진) 신영자산운용 대표의 대답이다. 신영자산운용이 지난 20년간 가치주와 배당주를 엄선하는 데에만 올곧이 집중해온 만큼 자연스럽게 내공이 쌓일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다. 그는 “20년 동안 한 곳만 파고들면 웬만큼은 하게 된다”며 “오랜 시간을 들이다 보면 계량화하기 어려운 노하우가 생기는데 그것이 바로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신영자산운용이 지난 2002년 출시한 ‘신영마라톤’ 펀드는 출시 후 지난 5월 말까지 14년 동안 누적수익률 440%, 2003년 설정된 ‘신영밸류고배당’ 펀드는 출시 후 지난달까지 13년 누적 57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국내 펀드들 중 최고 수준의 성과다.

드라이버 못치면 아이언·퍼트로 만회하듯 성과 유지

외부 인력 유치보다 내부 육성 통해 ‘신영 철학’ 공유

다음 목표는 해외…“세계적 밸류하우스로 거듭날 것”

이 대표의 설명이 이어졌다. 이번에는 골프다. “골프에서도 구력이 오래된 사람들은 드라이버가 제대로 안 맞으면 아이언으로 만회하고 그다음에 또 퍼트로 만회해서 보기 플레이 정도는 해냅니다. 15~20년씩 구력을 쌓은 신영자산운용의 베테랑 펀드매니저들도 비슷한 방식으로 손실이 나더라도 만회해서 수익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신영자산운용은 외환위기가 터지기 직전인 1996년 설립됐다. ‘가치주’라는 개념도 제대로 정립돼 있지 않던 시절이었다. 창립 멤버 12명 중 한 명이었던 이 대표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계획은 처음부터 없었고 시장의 2% 정도는 차지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20~30명 규모의 소규모 운용사를 지향하면서 단일 메뉴(가치주)에 집중해가기로 했습니다. 전부를 잘하기보다 잘할 수 있는 분야에만 집중하기로 원칙을 정했습니다.”



이 대표는 자산 가치가 좋은 종목은 시장이 아무리 망가져도 일정한 선 이하로는 떨어지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다. 실제 하락장에서 코스피지수가 100포인트 떨어졌다면 신영자산운용의 수익률은 70포인트만 떨어졌다. 여기에 ‘배당주의 마법’이 더해졌다. 꾸준히 배당을 늘려온 기업들로 탄탄히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것이 안정적인 수익률로 이어진 것. 이 대표는 “배당주가 유행할 때 배당주를 찾는 운용사들은 진짜 실력 있는 곳으로 보기 어렵다”며 “신영은 진정한 배당주를 고른다”고 자신했다. 물론 가치주·배당주가 어느 장세에서나 승리할 수는 없다. 신영마라톤·신영밸류고배당 펀드는 이제는 누구나 인정하는 대표 펀드가 됐지만 부진했던 시절도 있었다. 2011년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주)’이 주도하는 강세장에서도 신영자산운용은 관련주를 편입하지 않았다. 이 탓에 수익률이 신통치 않다 보니 곳곳에서 비판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 대표의 신념은 확고했다. “차화정은 신영자산운용이 생각하는 가치주의 기준에 맞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소신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이 대표는 최근 주식시장의 ‘대세’인 바이오주에 투자하지 않는다. 이미 가격이 너무 올라 가치주로 볼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 대표는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있는 주식이라도 어느 정도의 차익이 발생했고 그 이상은 너무 비싸다고 판단한다면 과감하게 매도한다”며 “지난 20년간 소신껏 지켜온 투자철학으로 앞으로도 절대 바꿀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만 이런 철학을 유지한다고 해서 조직 전체가 그렇게 움직이지는 않는다. 조직원들과의 ‘컨센서스’가 필수다. 이 때문에 신영자산운용은 외부 인력을 영입하기보다는 내부 인력을 키운다. “충분히 대화를 나눈 후에 외부 펀드매니저를 영입해도 결국은 조금씩 문파가 다르더라”는 것이 이 대표의 경험이다. 이미 20년을 신영자산운용에 몸담고 있는 허남권 최고투자책임자(CIO)를 비롯해 박인희·김대환·원주영 본부장이 10~16년가량 함께하고 있다. 8년째 매년 신입사원을 채용해 펀드매니저로 육성하고 마케팅 등 다른 부서 직원들에게도 펀드매니저가 될 기회를 준다. 이 대표는 “내부 인터뷰를 통해 펀드매니저로 전환할 자원자를 뽑고 5~8년간은 돈을 맡기지 않은 채 일종의 ‘도제 기간’을 거친다”고 전했다. 김아진 배당가치본부 팀장 등이 이 같은 과정을 통해 펀드매니저로 전공을 바꿨다.

오랜 기간 같은 철학을 공유하고 있는 회사 구성원들은 이 대표에게는 거의 가족이나 다름없다. 이 대표는 “주류가 아닌 이들로 구성된 레스터시티가 영국 프리미어 리그에서 우승한 것처럼 작은 회사로 출발해 20년 만에 업계 정상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며 “그동안 회사 임직원들과 함께해온 일, 우리 직원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올해로 설립 20주년을 맞은 신영자산운용. 이 대표가 또 다른 20년을 내다보는 목표는 뭘까. 정답은 해외다. 이 대표는 신영자산운용의 글로벌 밸류 하우스 성장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4월 미국 오마하에서 열린 전 세계 가치투자자들의 컨퍼런스인 ‘밸류 컨퍼런스’에 참석했다. 그는 직접 단상에 올라 신영밸류고배당 펀드 등 주요 펀드와 저평가된 한국 주식시장에 대해 발표도 했다. 한국 금융회사가 이 컨퍼런스에서 발표를 맡은 것은 처음이다. 이 대표는 “최근 허남권 CIO가 중국을, 원주영 본부장이 싱가포르를 다녀오는 등 해외 투자의 전문성을 키우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머지않아 해외운용 부문을 신설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사진=송은석기자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사장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송은석기자


●He is

△1955년 경북 경주 △1974년 경북고 △1978년 서울대학교 법학과 △1978~1987년 현대종합상사 선박영업부 △1987~1992년 신영증권(001720) △1992~1995년 슈로더증권 △1995~1996년 베어링증권 △1996년 신영자산운용 △2010년 신영자산운용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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