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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음하는 '생계형 청년 알바'] 아픈 배 부여잡고…오늘도 난, 밤샘 일터로 향한다

학자금 대출·주거비에 허덕

50% 수당에 '심야 노동' 자처

절반 이상 위염·불면증 호소

'처우 열악' 음식점 유입 급증

"저임금 방지 등 대책 시급"





대학생 주철민(26·가명)씨는 지난 3월부터 서울 마포구의 한 편의점에서 평일 야간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오후11시부터 다음날 오전8시까지 밤을 꼬박 새워야 하는 야간 알바를 3개월째 이어오면서 위염 등 만성 위장장애는 물론이고 온종일 멍한 상태로 지내기 일쑤다. 주씨는 “마치 건강을 팔아 돈을 버는 느낌”이라며 “월세며 식대를 충당하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생계형 알바’로 삶을 이어가고 있는 청년들이 일터에서 건강을 담보로 한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다. 극심한 취업난과 갈수록 팍팍해지는 일상에 젊은이들이 시간제 근로현장에 내몰리고 있지만 이들의 건강이나 처우에 대한 뾰족한 대책은 없는 상황이다. 위험을 떠안고 곳곳에서 신음하고 있는 ‘생계형 청년 알바’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않으면 ‘제2의 구의역 청년’은 언제 어디서든 다시 생겨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생계형 청년 알바의 씁쓸한 단면은 최근 발표된 여러 조사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먹고살기를 고민하는 청년의 상당수가 대표적 저임금 업종인 음식업에 내몰려 있고 이들의 절반 가까이가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등 열악한 처우에 노출돼 있다. 음식업은 생계난에 시달리는 40~50대 중장년 여성인력이 주로 유입되는 업종이었으나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학자금대출과 주거비 등에 허덕여 어쩔 수 없이 일자리를 구해야 하는 청년층이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



6일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음식점 및 주점업의 산업 특성과 고용구조 변화’에 따르면 음식업 취업자 중 15∼29세 청년층 비율은 2008년 12.9%에 지나지 않았으나 매년 높아져 2014년에는 23.5%까지 올라갔다. 음식점 종사자의 평균 월급은 2008년부터 2014년까지 131만원에서 163만원으로 늘어난 것을 비롯해 40대(111만원→143만원), 50대(105만원→131만원) 모두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청년층 음식점 종사자의 월급은 104만원에서 93만원으로 되레 줄었다.

처우보다 더 큰 문제는 ‘건강’과 ‘목숨’에 대한 위험이다. 근로기준법상 5인 이상 사업장의 오후10시부터 오전6시 사이 야간근무에 대해 50%의 수당이 더 지급되는 만큼 한 푼이 아쉬운 청년 상당수가 ‘올빼미족’을 자처하며 야간 밤샘 알바에 내몰리고 있다. 2007년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암연구소가 2급 발암물질로 규정했을 정도로 심야노동은 심장병·뇌졸중 등 각종 질병을 유발하고 돌연사를 일으킬 수 있는 ‘위험한 노동’이다. 알바 노조가 3월 야간 알바생 59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절반 이상인 55.9%가 우울감이나 불면증 등 정신건강 문제를 호소했다.

하지만 이 같은 위험요인에도 심야노동 등 비정규 근로가 상당수인 청년노동의 실태 파악조차 되지 않을 만큼 사회적 관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정현상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공염불’이 된 상황”이라며 “일단은 최저임금 위반 단속을 강화해 청년층의 저임금·장시간 노동을 막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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