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로 촉발된 양국의 충돌이 북한 핵과 무역분쟁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정치와 외교·경제 등 주요 분야에서 미국에 맞서 글로벌 양강 구도를 이루려는 중국의 신(新)패권주의와 중국의 팽창을 막기 위해 강화되고 있는 미국의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 전략이 팽팽히 맞서면서 이번 전략경제대화는 당초 예상대로 미국과 중국의 동상이몽(同床異夢)을 확인하는 자리로 귀결될 가능성이 커졌다.
◇과잉생산 문제 날 선 대립=미국은 이번 대화에서 첫날부터 중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인 철강 과잉생산 이슈를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미국 경제뿐 아니라 세계 무역질서를 뒤흔들어놓는 주범이 바로 중국의 철강 과잉생산이라는 판단에서다. 지난달 미국 상무부가 중국산 냉연강판(522%)과 내부식성 철강제품(451%)에 사상 초유의 초고율 관세를 부과한 것도 중국의 철강 과잉생산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미국 경제에 위협요인이 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돼 있다.
제이컵 루 미국 재무장관은 전략경제대화 첫날인 6일 개막식에서 “과잉생산이 세계 시장을 왜곡하고 해를 끼치고 있다”고 지목하고 “철강과 알루미늄 등에서 지속적인 생산감축이 필요하다”고 중국에 화살을 날렸다. 루 장관은 앞서 전날 칭화대에서 ‘미중 경제관계’를 주제로 강연하는 자리에서도 “중국의 생산과잉은 중국뿐 아니라 세계 경제의 성장과 효율성을 좀먹고 있는 주범”이라고 꼬집고 공급과잉 해소를 위한 중국의 적극적인 노력을 주문했다.
중국은 철강 과잉공급 문제에 대한 루 장관의 지적에 강력 반발했다. 러우지웨이 중국 재정부장은 전략경제대화의 ‘거시경제·정책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세계 경제 성장에 공헌할 때는 아무 말 않더니 이제 와서 중국의 과잉생산을 지목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2009∼2011년 중국의 세계 경제성장 공헌율이 50% 이상일 때는 중국 투자가 글로벌 경제성장을 주도한다며 좋아들 하지 않았느냐”며 “중국은 지난해 9,000만톤의 철강생산량을 감축했으며 앞으로도 계속 감산하겠지만 철강업계 생산량에서 민영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52%에 달해 계량화된 수치로 기업 감산을 강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은 반도체와 정보기술(IT) 분야에서 미국의 잇따른 제동에 대해 상당한 불만을 제기하며 물밑 조율을 통해 해결에 나서려는 분위기다. 중국 측은 ‘양자투자협정(Bilateral Investment Treaty·BIT)’ 체결을 위해 양국이 서로 진출할 수 없는 분야, 이른바 ‘네거티브 리스트’를 작성해 이르면 다음주께 미국에 제출할 계획이다.
◇남중국해 영유권 신경전 재연=남중국해 영유권 이슈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신경전은 지난 4일 싱가포르 샹그릴라호텔에서 열린 제15차 아시아안보회의 포럼에 이어 이번 전략경제대화에서도 또 한 차례 재연됐다.
양측의 남중국해 영유권을 둘러싼 팽팽한 설전은 시진핑 주석과 존 케리 국무장관의 개막 치사 연설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시 주석이 ‘구동존이(求同存異·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같은 점을 찾는다)’를 내세우며 미국에 “전략적 오판”을 하지 말라고 경고하자 존 케리 장관은 “중국의 평화적 ‘굴기’를 환영한다”면서도 “그 어떤 국가도 해양갈등 문제에서 일방적인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되받았다.
시 주석은 또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양국이 협력과 갈등을 적절히 통제해야 한다”고 언급하며 양국 간 최대 갈등 요인인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와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통상 이슈 등을 겨냥해 미국의 대중 압박이 부적절하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비난했다. 이에 케리 장관은 “(중국이) 지속적으로 북한에 압력을 가하고 모든 행동을 취해야 한다”며 최근 중국의 북핵 제재 대응이 미국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의 속내를 드러냈다.
마샤오쥔 칭화대 국가전략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환구시보에 “안보 현안의 경우 대립 상태가 재연될 것으로 보이지만 위안화 환율과 미국의 금리 인상 등 경제 이슈의 경우 상대적으로 긴밀한 대화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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