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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후폭풍]"英 빨리 나가라" VS "서두를 필요 없다"...非독일-독일 갈등

<사분오열하는 EU>

'英 최대 무역 파트너' 이유

메르켈, 탈퇴협상 지연 움직임

각국 정상 릴레이 회의 갖지만

슬로바키아 '탈퇴 청원 운동' 등

분열의 골 갈수록 깊어져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후속 대책을 놓고 유럽이 사분오열하고 있다. 투표 직전까지만 해도 단합된 힘으로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모습은 간데없이 오히려 유럽연합(EU) 내에서 그동안 잠재돼 있던 독일과 비독일 국가 간 갈등이 노출되고 있다. 유럽 각국은 EU의 붕괴를 막기 위해 릴레이 회의를 가질 예정이지만 슬로바키아가 EU 탈퇴 청원 운동을 개시하는 등 갈등의 골은 한층 깊어지고 있다.

◇“영(英) 빨리 나가라”는 EU에 독(獨) 메르켈 찬물=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EU 각국과 독일이 브렉시트의 속도를 두고 상반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며 EU 내 갈등을 조명했다. EU 창설의 주축국인 6개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벨기에·네덜란드·룩셈부르크) 외무장관들은 이날 회의 직후 “가능한 한 빨리(As soon as possible) EU를 나가라”고 영국에 촉구했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독일 ARD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영국 정부가 브뤼셀에 탈퇴를 알리는 서한을 보낼지를 결정하는 데 오는 10월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비난했다. 마르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도 “불확실성은 우리가 정말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이라며 “영국 보수당의 내부 싸움 때문에 유럽 전체가 인질로 잡혀 있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비난했다. EU 집행부가 영국 압박에 나선 것은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다른 나라들까지 EU 탈퇴 행렬에 가세하는 ‘도미노 효과’를 막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파열음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서 나왔다. 그는 이날 EU 6개국 외무장관 회의 참석자들을 만난 뒤 “영국의 EU 탈퇴 협상이 장기화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브렉시트는 영국이 스스로 결정한 것이며 언제 요구서를 제출할지도 그들이 결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오히려 “여유를 가지고 협상에 임하겠다”는 영국 내 탈퇴 지지자들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메르켈 총리가 탈퇴 협상을 지연시키려는 것은 독일과 영국의 특수한 관계 때문으로 풀이된다. 독일이 최대 무역 파트너인 영국의 탈퇴 협상을 서두르는 것은 독일 경제에 아무런 이득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사실상 EU의 맹주인 독일의 입지도 크게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정상들 머리 맞댄다지만…효과는 의문=유럽 각국은 브렉시트에 따른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릴레이 회의를 예정하고 있다. 이날 6개국 외무장관 회의를 시작으로 26일에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28개 회원국 대사가 모여 정상회의를 준비한다. 27일에는 메르켈 독일 총리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을 베를린에 초청해 긴급회동을 가진다. AP통신은 “베를린 회의는 유럽의 국방·안보전략과 함께 독일과 프랑스가 EU 개혁을 앞장서 이끄는 ‘프·독 이니셔티브’를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같은 날 유럽 집행위원회는 브뤼셀에서 브렉시트 절차에 대해 논의하며 28∼29일에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도 참석하는 EU 정상회의가 열린다. 다음달 열리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아셈) 회의에서도 브렉시트가 핵심 의제로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각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려 합의 도출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탈퇴 협상에서 독일이 다른 목소리를 낸데다 EU 회원국 사이에서도 브렉시트 분담금 배분 등을 둘러싼 입장이 각기 다를 수 있다. 영국이 EU 내에서 독일에 이어 분담금을 두 번째로 많이 부담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금액을 나머지 회원국들에 어떻게 재배분하느냐를 놓고 첨예하게 맞설 수밖에 없다. 2014년 기준으로 영국의 순분담금은 71억파운드이며 독일 정부는 브렉시트 이후 자국이 약 20억파운드를 추가 부담해야 할 것으로 추산했다.

◇슬렉시트 시동…EU 분열 가시화되나=EU는 당장 산처럼 쌓인 브렉시트 문제 해결과 함께 당장 추가 이탈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몰렸다. 이날 독일 dpa통신에 따르면 EU 순회의장국을 맡은 슬로바키아의 극우정당 슬로바키아국민당(SNS)은 ‘슬렉시트(슬로바키아의 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 청원 서명운동을 다음달부터 시작한다. 마리안 코틀레바 SNS 대표는 “지금이야말로 침몰하는 EU를 떠날 수 있는 최적의 시기”라고 밝혔다. 슬로바키아에서 국민투표가 현실화되면 다른 유럽 국가의 도미노 탈퇴를 촉발할 수도 있다. 네덜란드 극우정당 자유당(PVV)의 헤이르트 빌더르스 당수는 전날 영국처럼 넥시트(네덜란드의 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시행할 것을 촉구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도 극우정당을 중심으로 “영국과 똑같은 국민투표를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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