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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원내대표가 참여한 '5자 회동'에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에 속도를 내기로 합의하면서 줄곧 한중 FTA를 두고 '졸속협상'이라고 비판해오던 새정치민주연합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새정연은 정부에 추가 후속협상을 요구하기 위해 국회예산정책처에 한중 FTA에 대한 영향평가 보고서를 의뢰하는 등 '쉽게 비준에 동의할 수 없다'는 원칙을 내세웠지만 '무리한 재협상' 요구는 차기 총선을 앞두고 역풍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아 '수위조절'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새정연은 23일 이종걸 원내대표와 최재천 정책위의장을 중심으로 한중 FTA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 원내대표는 "중국발 미세먼지 대책과 불법어업방지조약이 한중 FTA 협정문에 빠져 있다"며 "정부가 후속협정을 해야 한다"고 재협상을 촉구했다. 특히 불법어업방지조약과 관련해 "정부가 10월29일 한중 어업협정 때 불법조업에 대한 중국의 명확한 답변을 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정연이 한중 FTA 후속협상을 촉구하고 있지만 이를 조건으로 끝까지 국회 비준에 반대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경제신문이 이날 입수한 새정연의 한중 FTA 대책 보고서는 "한중 FTA 협상의 양국 간 이익균형이 이뤄지지 않아 재협상이나 추가 협상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중 FTA의 재협상 요구가 갖는 정치적 의미에 대해서는 신중히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사실상 재협상 요구 포기를 시사했다. 아울러 새정연은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무역이득공유제와 피해보전직불제도 지급요건 완화 등에 대해서도 "정부가 부정적 견해를 보이는 상황에서 쉽게 관철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무역이득공유제의 경우 홍문표 새누리당 의원 등 여권에서도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에 출석해 "불가하다"고 답변해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신 새정연은 2016년도 예산심사 과정과 19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의 입법활동을 통해 농어민에 대한 예산·정책적 지원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당 정책위는 △농업정책자금 대출금리 1%로 인하 △밭농업직불금 인상 △농업의 가업승계 특별법 제정 △대통령 직속의 농업발전위원회 설치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새정연이 한중 FTA 재협상 요구의 수위를 낮출 것으로 예측되지만 박 대통령이 요구한 대로 오는 11월 중순까지 한중 FTA 국회 비준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 새정연은 이날 대책회의에서 30일로 예정된 한중 FTA 국회 비준을 위한 여야정협의체 개최에 대해 "관련 상임위에서 여야가 충분히 논의한 후 여야정협의체를 열 것"이라며 개최 불가를 밝혔다. /박형윤기자 mani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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