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끝판왕’ 오승환(34·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첫 세이브를 올렸다. 1호 세이브가 역사적인 이유는 한국과 일본, 미국에서 모두 세이브를 기록한 한국인 투수는 오승환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3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부시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밀워키 브루어스전에서 오승환은 3대0으로 앞선 9회 초 마운드에 올랐다. 첫 타자 조너선 루크로이를 시속 135㎞의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 처리한 그는 후속타자 크리스 카터도 슬라이더로 2루 땅볼 아웃 시켰다. 이어 카크 뉴엔하이스를 132㎞짜리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 처리한 오승환은 포수 야디에르 몰리나와 손뼉을 마주치며 기뻐했다. ‘돌부처’ 별명처럼 야구장에선 표정 변화조차 없는 오승환이지만 1이닝 무피안타 무실점 2탈삼진의 퍼펙트 피칭으로 빅리그 첫 세이브를 거두고는 만면에 미소를 띠었다.
한국인 투수가 빅리그 세이브를 기록하기는 2008년 8월3일 박찬호(LA 다저스)의 애리조나전 이후 8년 만이다. 또 한미일 세이브는 오승환이 한국인 사상 최초다. 이상훈과 구대성, 임창용이 한일 양국에서 세이브를 올린 적은 있지만 메이저리그 세이브 기록은 없다. 2005년부터 9시즌 동안 277세이브(28승13패, 평균자책점 1.74)를 쌓아 한국프로야구 통산 최다 세이브 기록을 쓴 오승환은 2014년부터 2년간은 일본에서 80세이브를 보탰다. 2년 연속 센트럴리그 구원왕에 오르기도 했다. 이날 메이저리그 첫 세이브로 한미일 통산 358세이브를 기록하게 된 것이다.
메이저리그 데뷔 첫해인 올 시즌 중간계투로 출발한 오승환은 2승14홀드로 강한 인상을 남겨 최근 마무리 중책을 맡았다. 특급 마무리 트레버 로즌솔이 올 시즌 평균자책점 5.00으로 부진하자 마이크 매서니 감독은 망설임 없이 오승환에게 마지막 투수 역할을 맡겼다.
오승환은 보직 전환 뒤 첫 세이브 상황에서 완벽한 투구로 팀의 승리를 지켰다. 그는 “내 야구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성취 중 하나다. 행복이라는 단어로밖에 지금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매서니 감독은 “오승환은 계속해서 우리에게 깊은 인상을 주고 있다. 남은 시즌에도 그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고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은 “11년간 한국과 일본에서 최고의 마무리로 군림하며 거둔 357세이브에 또 하나의 세이브를 추가했다”고 축하했다. 평균자책점을 1.54로 떨어뜨린 오승환은 메이저리그 전체 마무리 중 이닝당 출루허용률 최소 3위에 올라있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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