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남으로부터 지속적인 폭행과 성폭력 그리고 딸을 향한 학대를 견디다 못해 동거남을 살해한 30대 여성이 법원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이 여성은 수차례에 걸쳐 반성문을 제출하고, 결심 공판에서도 선처를 호소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6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반정우)는 동거남 천모씨(37)를 목 졸라 살해한 혐의(살인)로 기소된 정모씨(35·여)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정 씨는 지난 2월17일 오전 2시께 서울 양천구 자택에서 술에 취해 잠든 천씨의 목을 넥타이로 졸라 살해했다.정씨는 곧장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딸 A양(7)을 데리고 친정집으로 갔다. 이후 친정 부모에게 범행 사실을 털어놓은 후 권유에 따라 같은 날 오전 6시쯤 경찰서를 찾아 자수했다.
당시 경찰 조사에서 정씨는 “천씨가 전 남편과 사이에서 낳은 딸을 자주 때리고 안 좋게 얘기해 다툼이 잦았다”며 “이에 앙금이 쌓여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3월 재판에 넘겨진 정씨는 22차례에 걸쳐 반성문을 제출했다. 정씨는 “범행 사실은 인정하나 정당방위에 해당하니 부디 무죄로 봐달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재판에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묻는 질문에 정씨는 “평소 천씨로부터 지속적인 폭행과 성폭력에 시달렸고, 아울러 그는 내 딸을 심심찮게 학대했다”며 “이 같은 상황 탓에 심신미약의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으니 참작해달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정씨의 호소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딸을 학대하고 가정폭력을 일삼아 살인을 저질렀다고 정씨가 말하나 이는 정당방위나 심신미약의 이유가 되지 못한다”며 “고귀한 생명을 빼앗고, 술에 취해 반항이 어려운 사람을 살해하는 등 죄질이 나빠 실형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피고인이 자수한 점을 참작해 징역 10년에 처한다”고 덧붙였다.
/이효정인턴기자 kacy95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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