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이 5일(현지시간) 발생한 영국의 부동산 ‘펀드런’에 따른 영국 경제 전반에 대한 우려 확산으로 다시 불안과 혼돈에 빠졌다. 지난 수년 동안 글로벌 자금을 빨아들이며 거품 논란에 휩싸였던 영국 부동산 시장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가 현실화할 경우 가장 직접적인 타격이 우려돼온 부문이다. 브렉시트 결정 2주 만에 부동산 펀드로부터의 대규모 자금이탈이 현실화하며 대형 보험사들이 잇따라 부동산 펀드에 대한 환매 중단 조치에 나서자 글로벌 금융시장은 이를 브렉시트발 실물경제 침체 시그널로 받아들이며 바짝 얼어붙은 모습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은 이날 스탠더드라이트인베스트먼트가 29억파운드(약 4조4,000억원)를 시작으로 아비바인베스터스가 18억파운드, M&A인베스트먼츠가 44억파운드 규모의 부동산 펀드에 대한 환매를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브렉시트 여파로 영국 부동산 가격이 급락할 것이라는 우려 속에 투자자들의 환매 요구가 빗발치자 일시적으로 내린 조치다.
이들 3사의 긴급 조치는 브렉시트 이후 가뜩이나 불안해진 투자심리에 찬물을 끼얹었다. 현금이 넉넉하지 않은 이들 펀드가 쏟아지는 환매 요구를 수용하려면 보유 부동산을 급하게 매각해야 하는데 이는 곧 부동산 매물 급증에 따른 가격폭락과 실물경제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브렉시트 결정 불과 2주 만에 환매 중단이라는 비상 조치로까지 이어질 정도로 부동산 시장에서 브렉시트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투자자들은 다시 우려에 휩싸였다.
영국의 실물경제 위축 리스크가 고조되자 영국 중앙은행(BOE)은 이날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어 은행들의 자본 완충 비율을 0.5%에서 0%로 낮추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조지 오스본 재무부 장관은 이날 주요 8개 은행 총재들과 회동한 뒤 내놓은 성명에서 “은행들은 추가된 자본 여력을 가계와 기업 대출 지원에 사용할 것”이라고 밝혀다. 이에 앞서 BOE는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일부 리스크들이 뚜렷해지기 시작했다”며 “현재 영국 금융안정 전망은 도전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정부의 대응만으로는 다시 확산되는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기는 역부족이었다. 부동산 펀드에서의 자금이탈과 환매중단 조치로 파운드화 가치는 이날 또다시 31년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시장불안은 5일 미국 증시의 3대 지수를 줄줄이 끌어내린 데 이어 아시아 시장으로도 급속도로 번졌다. 6일 도쿄 증시의 닛케이지수는 장중 3.2% 급락하다가 겨우 낙폭을 줄여 전날 종가보다 1.85% 하락한 15,378.99에 마감했으며 홍콩 증시의 항셍지수도 2% 가까운 낙폭을 보였다. 반면 안전자산인 국채시장은 전반적인 강세를 보였다.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사상 최저치를 경신한 것을 비롯해 독일과 프랑스·스위스·호주·일본 등 주요국의 10년물 국채 수익률도 일제히 사상 죄처 수준으로 떨어졌다.
시장에서는 브렉시트가 ‘리스크 온’ 시장에 종지부를 찍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시티그룹의 신흥시장 전략가인 루이스 코스타는 “브렉시트 이후 나타난 신흥시장 상승세는 또 한번의 대량 매도 사태로 귀결될 것”이라며 “우리는 글로벌 가격 재조정(repricing)의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루베이애셋매니지먼트의 데이비드 릴레이 신용전략가도 FT에 “브렉시트 충격 이후 리스크 자산들이 빠른 속도로 회복돼왔지만 이들 자산가격은 조만간 한 단계 더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경립기자 kls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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