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국내 배치결정 논란에 대해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국가의 생존문제가 걸려 있고, 분명하고 명백한 북한의 핵 능력 강화에 대응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장관은 11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안보를 위한 결정을 중국이나 러시아 등 다른 나라의 반발을 고려해 주저해야 될 일이냐”며 “(사드배치로) 중국의 제재가 외교와 군사, 경제, 문화분야 등 다차원적으로 있을 수 있지만, (이에 맞설) 우리의 단합된 의지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중국 등 주변국의 반발을 고려해 사드배치를 주저하기 보다는 오히려 북핵 대응 등 안보를 위해 꼭 필요한 조치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사드부대의 부지 선정과 관련해서는 “공동실무단이 검토한 여러 군데의 부지 중에서 가용부지에 대한 의견 정리가 끝났다”고 밝혔다. 사드 부대 배치 지역이 내부적으로 사실상 결정됐다는 의미다. 한 장관은 그러나 사드 배치 지역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거론되지 않은 경북 성주와 경남 양산이 급부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장관은 또 사드의 전자파 유해성 논란과 관련해서는 “사드에서 요구하는 안전거리가 가장 짧다. 사드는 안전에 전혀 문제가 없다”며 안전성을 거듭 강조했다. 사드 국내 배치가 국회 비준동의 사안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비준동의 사안이) 아니라고 법률적 판단을 다 했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여야 정치권은 “이번 결정이 성급했고 논의 과정도 부실했다”고 질타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사드 배치는) 환경이나 국민건강 등과 관련된 괴담이 횡행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사전에 충분한 대국민 홍보나 정지작업이 없었다”며 “정부 내 정무적인 논의와 준비가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정 원내대표는 “정부가 어떤 요인에 의해 급작스럽게 발표된 것 같은데, 석연찮다”는 표현도 썼다. 김학용 새누리당 의원은 “전자파 위험성에 대해 잘못 알려진 게 있다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야당 의원들은 더 강도 높게 질타했다.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전혀 준비가 안 된 채 갑자기 발표한 것”이라고 했고, “중국과 러시아가 저렇게 반발하는데 허겁지겁 발표한 이유가 뭐냐”고 비판했다. 이철희 더민주 의원은 “(한 장관은) 6일 국회 대정부질문 때 참석해 부지 선정에 대해 보고받은 적이 없다고 했는데 7일 NSC에서 결정이 난 것을 보면 이전에 이미 논의가 있었던 게 아니냐”며 “국회를 이렇게 대접하느냐”고 불만을 쏟아냈다. 원조 친박으로 불렸다가 지난 총선서 공천 배제돼 탈당한 후 더민주에 입당한 진영 의원은 “사드 배치는 해당 지역민의 사전동의가 없으면 설치가 어렵다”며 “민주국가에서 (이런 식으로) 밀어붙이면 되느냐”고도 했다. 김중로 국민의당 의원은 “사드 배치는 군사 안보 측면만 따질 게 아니라 남북관계나 외교, 경제, 심지어 한류 등 관광 분야에 미치는 영향을 전체적으로 판단해야 하는데 과연 컨트롤타워가 있기는 한 것이냐”고 지적했다. 한편 새누리당 이종명 의원이 사드 배치 지역으로 선정되는 지역 주민과 단체장, 언론인 등을 사드 포대가 운용 중인 미국령 괌에 보내 현장답사를 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하자 한 장관은 “좋은 생각”이라고 답했다.
/김홍길기자 wha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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