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화제의 책] 풀꽃이 꽃이려면 '들판(공교육)'이 건강해야

■ 풀꽃도 꽃이다

■ 조정래 지음, 해냄 펴냄





서글픈 대한민국의 자화상을 담은 한편의 드라마를 본 듯 하다.

공교육 붕괴에 대한 우려는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예전엔 사교육으로 가정경제가 파탄 난다는 식의 보도가 주위를 환기시켰다면, 이젠 학교폭력, 자살 등 인간 자체가 병들어가고 있다 사실에 심각성은 더해지고 있다.

선 굵은 주제로 작품을 써 온 조정래 작가가 교육현장을 다루게 되기까지 그의 고민이 얼마나 깊었는지가 엿보인다. 성적비관, 입시, 왕따, 일진과 빵셔틀, 학교폭력... 교육현장에서 벌어지는 이같은 비정상적인 현상이 깊어지면 자살로 연결된다는 점이 그를 ‘글감옥’으로 내몰게 된 배경이 아닐까 짐작이 한다.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고등학생 자살자 수가 전년동기대비 25.7% 증가해 주춤하던 학생자살이 다시 늘어나면서 교육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학교와 학원가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비정상적인 현상을 집중적으로 담아놓은 탓일까, 소설을 읽는 내내 마음은 편치 않았다. 여기에 미국동경주의로 등장하는 원어민교사의 작태가 더해져 부끄러운 치부가 낱낱이 드러난다. 주변에 문제아가 없는 독자라면 ‘과연 이정도일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할 정도다. 하지만 작가가 교육현장을 직접 취재를 하면서 마주친 문제의 심각성은 이보다 더 했으리라.



작가는 입시지옥으로 내몰려 자살시도를 한 중학생 지원이 엄마 김희경,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 그러나 ‘은따(은근한 따돌림)’가 돼 버린 예슬이 엄마 최미예 등을 내세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안정된 경제 환경을 바탕으로 내 자식 하나는 떵떵거리며 살게 하고 싶은 욕심이 이 시대의 평범한 엄마들을 탐욕의 덩어리로 바꿔놓는다. 옆에 앉은 친구가 쓰러졌다고 해도 ‘넌 상관마, 네 공부에만 신경써’라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 고3 아들을 위해 수백만원짜리 총명탕을 사러가지만, 그들이 학교를 아니 자신의 아이들마저 병들게 하는 장본인이 아닐까.

작가는 미궁으로 빠져드는 심각한 사태의 실마리를 공교육에서 찾고자 한다. 실력파 교사로 학원가에서도 탐내는 국어교사인 주인공 강교민을 내세워 교사가 학생들을 지지해 줄 때 학생들이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 소설에는 혁신학교로 공교육을 바로세울 수 있다는 그의 염원이 담겨있기도 하다.

사태의 심각성을 공감해서일까, 책은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가 됐다. 누구든 읽으라고 권한다. 지나치게 사실적이라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이 들지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데 이만큼 좋은 소설이 있을까 싶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