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님들과 연구하며 매일 운동하고 있어서 이번에는 이길 수 있습니다!”
지난 2월 21일(한국시간)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린 2016 뒤셀도르프 그랑프리 유도 대회 남자 73㎏급 준결승을 앞두고 한국 남자 유도 세대교체의 주역 안창림(23·수원시청)은 어느 때보다 승리가 간절했다. 안창림의 4강전 상대는 일본의 ‘동갑내기’ 오노 쇼헤이였다. 안창림은 앞서 치른 오노와 3차례 대결에서 모두 패하며 ‘오노 징크스’에 시달렸다.
이 때문에 안창림은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원년을 맞아 ‘오노 징크스’를 지우기 위해 두 눈을 부릅뜨고 매트에 올랐다. 승리에 대한 갈망 때문일까. 안창림은 경기 시작 1분 27초 만에 오노에게 허벅다리걸기로 절반을 내줬고, 점수를 만회하지 못해 그대로 패했다. 결국 안창림은 오노와 4차례 대결에서 모두 패하는 안타까움에 고개를 제대로 들지 못했다. 안창림은 한국 유도가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는 선수다. 그러기 위해선 ‘오노 징크스’ 탈출이 시급하다.
재일교포 3세인 안창림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보물과도 같은 선수다. 한국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이원희(용인대 교수)가 우승한 이후 남자 73㎏급에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73㎏급 강자가 절실한 상황에서 안창림은 혜성같이 등장했다. 일본에서도 인정받는 유망주였던 안창림은 일본 쓰쿠바대학교 2학년이던 2013년 10월 전일본학생선수권대회 73㎏급에서 우승한 뒤 일본 대표팀으로부터 귀화 요청을 받았지만 거절했다. 태극마크를 향한 열정 때문에 2014년 2월 용인대에 편입한 안창림은 일본에서 다져진 탄탄히 기본기에 한국식 ‘공격 유도’를 보태며 일취월장했다.
안창림은 2014년 3월 처음 대표팀에 뽑혔고, 그해 6월 국가대표 최종선발전에서 우승해 세계선수권대회 출전기회까지 따냈지만 2회전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다시 정신을 가다듬은 안창림은 2014년 12월 제주 그랑프리에서 자신의 시니어 무대 데뷔 이후 첫 국제대회 금메달을 목에 걸며 재도약의 시동을 걸었다. 지난해에도 세 차례 대표선발전을 모두 금빛으로 장식한 안창림은 지난해 7월 광주 유니버시아드에서도 우승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안창림은 지난해 8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데 이어 11월 제주 그랑프리에서 대회 2연패를 달성, 리우 올림픽 ‘금빛 후보’로 인정을 받았다.
그러나 유독 일본의 오노만 만나면 힘을 쓰지 못하는 징크스를 넘는 게 과제다. 안창림은 2014년 도쿄 그랜드슬램 8강전 패배를 시작으로 지난해 2월 뒤셀도르프 그랑프리 준결승과 그해 8월 세계선수권대회 준결승에서도 오노에게 졌다. 안창림은 올해 2월 뒤셀도르프 그랑프리에서 오노와 다시 만났지만, 허벅다리걸기 절반패로 물러나 ‘천적’의 쓴맛을 봐야 했다.
이 때문에 안창림의 머릿속은 ‘오노 뛰어넘기’뿐이다.
오노의 장기는 밭다리후리기와 허벅다리걸기다. 안창림을 공략했던 기술도 발기술이었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남자 73㎏급에서 두 차례나 금메달(2013년·2015년)을 차지한 일본의 간판스타다.
13차례 국제대회에서 총 56경기를 치르면서 49승을 따내 승률이 87.50%에 이른다. 패배는 단 7경기 밖에 없고, 56경기 가운데 36경기(64.29%)를 한판승으로 끝냈다. 승률만 비교하면 안창림이 66차례 경기에서 59승을 거둬 89.39%로 오노를 조금 앞서지만 한판승 비율에서는 57.58%로 다소 뒤진다.
안창림은 “오노는 힘도 좋고 양손으로 도복을 잡히면 승산이 없다”며 “오른쪽 업어치기와 오른쪽 안뒤축걸기 등 쇼헤이의 오른쪽을 공략하는 기술로 상대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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