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현지시간) 원유서비스업체 베이커휴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7월 44개의 시추기를 추가 가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휘발유 소비 성수기인 여름철에 미국의 재고가 오히려 증가해 가격 하락 압력이 커지고 있지만 6월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안팎을 기록한 여파로 원유 공급량을 늘린 셈이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의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도 시장 점유율 유지를 위해 생산량을 늘리면서 지난달 산유량은 하루 3,340만배럴을 넘어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저유가 속에 재정난을 겪던 중동 산유국들이 공급량을 늘려서라도 재정 수입을 맞추려 한 때문이다. 산유국 중 재정 상황이 그나마 낫다는 쿠웨이트가 보조금을 대폭 줄이며 다음달 1일부터 휘발유 가격을 제품에 따라 42%에서 83%까지 인상할 정도다. 또 캐나다 산불이나 나이지리아 내전 같은 일시적 공급 차질 요인들도 대부분 해소된 상태다.
이 때문에 당분간 국제유가의 약세장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6월 초 이후 유가가 20%가량 하락하며 단기 기술적 반등이 나타나더라도 공급과잉 우려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헤지펀드 등 투기세력이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 하락에 베팅한 선물 옵션 규모는 18만여건으로 2006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다만 국제유가가 배럴당 20달러대로 추가 폭락할 가능성은 낮다. 유가가 더 떨어지면 생산 단가가 높은 미 셰일업체들이 설비투자를 줄이면서 공급량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날 블룸버그가 전문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제유가 평균 전망치는 올해 4·4분기 49.5달러, 내년은 57달러였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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