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는 리우올림픽 출정에 앞서 제주 오라 골프장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삼다수 마스터스에 출전했다. 두 달 가량 대회에 출전하지 않아 무뎌진 실전 감각을 되찾아야 했던 박인비에겐 최종 리허설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왼손 엄지손가락 인대가 손상된 상태였던 박인비의 손가락에는 테이프가 감겨 있었고, 그의 샷은 실망스러웠다. 왼손 엄지손가락은 백스윙 때 클럽 무게가 실리는 중요한 부위이지만, 박인비는 치료가 다 끝나지 않은 상태로 경기에 출전해 백스윙 때마다 통증이 왔다. 할 수 없이 통증 대비책 가운데 하나인 테이프를 손가락에 감았지만 테이프는 미세한 스윙 감각을 방해했다.
박인비는 기계적으로 샷을 만들기 보다는 이론이나 훈련으로 설명되지 않는 천부적인 감각으로 스윙과 퍼팅을 하는 선수다. 그는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테이플를 감은 상태로는 도저히 스윙이나 천부적인 퍼팅 감각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했고, 리우 대회에서는 통증을 견뎌야 하더라도 테이프를 벗기기로 했다.
테이프를 감은 채 하던 샷과 퍼팅은 쇠몽둥이 처럼 무뎠지만, 리우에서 테이프를 벗겨내니 샷과 퍼팅이 다시 컴퓨터처럼 정교하게 살아났다.
박인비는 리우로 출발하기 전부터 “통증은 거의 없어졌다”고 말했다. 리우 현지에서도 “하나도 아프지 않다”면서 “더는 통증에 대해 묻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박인비는 금메달을 딴 뒤에야 “통증은 그대로였고 샷을 할 때마다 아팠다”고 진실을 털어놨다.
통증을 참아내며 박인비는 268번 샷과 퍼팅을 한 끝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재아인턴기자 leejaea55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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