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릿한 냄새가 코를 자극하며 전시 관람의 동선이 ‘이 쪽’이라고 가리킨다. 서울 율곡로3길 아트선재센터 3층에서 전시 중인 이불의 설치작품 ‘장엄한 광채’다.
비닐팩 안에 얌전히 놓인 조기 위에는 구슬을 꿰어 만든 비즈 장식이 얹혀 있다. 생선은 총 여든 아홉 마리. 생선이 상해가는 과정이 작업의 일부이니 ‘꼬릿한’ 냄새마저도 감상의 한 부분이다.
이불은 아트선재센터의 개관 전초전 격으로 김선정 관장(당시 큐레이터)이 기획한 1995년 ‘싹’ 전에서 선보였던 이 작품을 다시 선보였다. 이 ‘장엄한 광채’는 냄새 등의 이유로 미술관에서 보여주기 힘든 작업이었고 뉴욕현대미술관(MoMA)의 프로젝트 갤러리에 전시됐다가 철거되기도 한 비운의 작품이다. 1997년 이후 미술관에서 처음 다시 전시되는 이 작품을 위해 작가는 생선 아래쪽에 부패지연제를 깔기도 했고 환기장치도 마련했다.
대학에서 조각을 전공한 이불은 전통적인 조각 재료를 거부하고 다양한 재료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생물 생선을 작업에 끌어들였고, 비즈장식은 한국 여성의 노동 문제를 꼬집는다.
지난해 겨울부터 리모델링 공사를 위해 잠시 문을 닫았던 아트선재센터는 오는 27일 재개관전 ‘커넥트1:스틸액츠’와 함께 다시 전시를 시작한다. 전시장 3층은 1998년 아트선재센터의 첫 개인전 작가인 이불, 2층은 2000년에 개인전을 연 정서영, 1층은 2004년에 전시했던 김소라의 전시가 재해석돼 다시 선보였다. 정서영의 개막 퍼포먼스를 비롯해 김소라의 ‘라이브러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관람기간 매일 매시간 퍼포먼스가 진행된다. (02)733-8945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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