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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의 왕' 잠들다

아널드 파머, 향년 87세로 별세

95승 거둔 첫 TV 골프스타

골프 대중화에 큰 기여

골프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남자 아널드 파머(미국)가 26일(한국시간) 향년 87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AP·AFP통신, 골프위크 등 외신들은 파머가 자택이 있는 펜실베이니아주의 피츠버그대 메디컬센터에서 심장 질환으로 숨을 거뒀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파머는 잭 니클라우스(76·미국), 개리 플레이어(80·남아공)와 함께 지난 1960년대를 풍미한 ‘골프 전설’이다. 펜실베이니아주의 한 골프장 관리인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1954년 US 아마추어골프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프로로 전향, 메이저대회 7승을 포함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통산 62승을 거뒀다. 샘 스니드(82승)와 타이거 우즈(79승), 니클라우스(73승), 벤 호건(64승·이상 미국)에 이어 5번째로 많은 승수다. 해외까지 합치면 프로 통산 95승을 올렸다. 1974년 세계 골프 명예의전당에 입회한 그는 마스터스 4승, US 오픈 1승, 브리티시 오픈 2승을 거뒀으나 PGA 챔피언을 끝내 제패하지 못해 그랜드슬램은 달성하지 못했다.

메이저 18승의 니클라우스가 가장 위대한 골퍼라면 파머는 가장 사랑받은 골퍼였다. 엘비스 프레슬리와 제임스 딘을 닮은 잘생긴 외모, 공격적인 경기 스타일, 호쾌한 장타로 늘 구름 갤러리를 몰고 다닌 그는 ‘아니(Arnie)’라는 애칭으로 불렸다. 그의 별명은 열성 팬들인 ‘아니의 군대(Arnie’s Army)’를 이끄는 ‘더 킹(왕)’이었다. TV 시대 첫 골프 스타로 떠오른 그는 골프를 대중이 열광하며 관람하는 스포츠로 바꿔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명인열전’ 마스터스와는 인연이 각별해 1955년부터 2004년까지 50년 동안 빠짐없이 출전했고 2007년부터는 개막 시타를 해왔으나 올해는 건강상의 이유로 10년 만에 나서지 못했다.

라이벌 니클라우스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니클라우스가 1962년 US 오픈에서 파머와 18홀 연장혈투 끝에 우승컵을 차지해 앙숙이 됐고 1962년부터 4년 동안에는 마스터스 그린재킷을 번갈아 입을 정도로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은퇴 후 니클라우스가 뮤어필드 골프장을 짓고 1974년 PGA 투어 메모리얼 토너먼트를 창설하자 이에 자극받아 파머는 1979년 베이힐 골프장을 설계하고 아널드파머 인비테이셔널을 만들었다. 의류와 골프코스 설계 등 골프 비즈니스로 성공을 거둔 점도 비슷했다. 니클라우스는 이날 “나와 골프의 가장 위대한 친구가 떠났다. 스포츠계 전체는 오늘 가장 훌륭한 인물을 떠나보냈다. 그는 골프의 전설이자 아이콘이자 개척자다. 골프의 왕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애도했다.



‘전설’의 영면 소식에 추모의 물결이 일고 있다. 골프 애호가로 알려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에 “코스에서 뛰어났고 모든 이에게 관대했던 ‘더 킹’ 아널드가 남긴 추억들에 감사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타이거 우즈는 “몸에 밴 겸손과 자선활동도 당신을 전설로 만들었습니다. ‘더 킹’보다 골프에 중요한 인물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라고 썼다. 최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전인지(22·하이트진로)는 인스타그램에 “아널드 파머 할아버지, 영원히 기억할게요. 천국에서의 안식을 두 손 모아 빕니다”라는 글과 함께 지난해 US 여자오픈 우승 뒤 파머로부터 받은 축하 편지를 올렸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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