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조사업체 CFRA 리서치에 따르면 대선이 치러지는 해의 8~10월간 주가지수가 상승하면 여당 대선 후보가 승리할 확률은 82%다. 이 공식을 이번 대선에 대입하면 야당 후보인 트럼프의 당선 확률이 높다. 지난 8월 이후 이달 14일까지 벤치마크 지수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지수가 1.86% 하락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가지수를 제외한 나머지 지표들은 모두 클린턴 쪽으로 기울고 있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오르는 금값은 지난 7월 이후 줄곧 내림세다. 금값은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시장 참여자가 많을 수록 오르는 경향이 있다. 트럼프 집권시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경제정책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 있어서다. 트럼프가 국경에 대장벽(Great wall)을 설치하겠다고 공언한 멕시코 페소화 가치는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지난 5월 이후 내림세를 보이다가 1차 TV토론 이후 오름세다. 트럼프가 당선되면 멕시코 경제가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 때문에 페소화 가치의 등락은 미 대선의 바로미터로 꼽히고 있다.
미국 휘발유값 추세도 트럼프에 불리하다. 휘발유 값은 현지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와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을 보이는데, 한때 갤런당 3달러를 넘어섰던 휘발유 값은 현재 2.25달러로 떨어졌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 지지율은 55%로 두 번째 임기 시작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현직 대통령의 지지도 상승은 여당인 민주당의 클린턴 후보에게 호재다.
현재 클린턴은 모든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를 앞서는 추세지만 두 후보간 지지율 격차는 조사기관마다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날 공개된 NBC 방송과 월스트리트저널(WSJ) 여론조사에서는 클린턴(48%)이 트럼프(37%)를 11%포인트 따돌렸다. 반면, 워싱턴포스트(WP)와 ABC 방송 조사에서는 격차가 4%포인트에 그쳤다. 선거결과를 좌우하는 경합주에서도 클린턴이 우위를 보이고 있다. CBS뉴스에 따르면 클린턴은 노스캐롤라이나, 펜실베이니아, 애리조나 등 13개 경합지역에서 46%의 지지율로 트럼프의 40%에 6%포인트 앞섰다. 경제국방 정책에서는 트럼프에 대한 선호가 높았지만 개인적인 호감도 측면에서 점수를 대거 깍아 먹었다는 것이 CBS의 분석이다. 미국 유권자들이 트럼프가 내세운 보호무역과 감세, 미군 철수 등 고립주의를 지지하면서도 막상 막말과 음담패설 때문에 트럼프를 지지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특히 음담패설 파문 이후 트럼프를 지지하던 여성들이 클린턴 지지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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