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 사퇴를 놓고 불거진 집권 여당의 계파 간 내홍이 점점 고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사실상 분당 상태라는 진단도 나온다.
비박계를 중심으로 한 비주류는 연일 별도의 회의를 거듭하며 이정현 대표 등 현 지도부 사퇴를 압박하고 있고 박근혜 대통령의 2선 후퇴를 넘어 탄핵까지 거론하고 있다. 김성태 의원은 14일 한 라디오방송에서 “박 대통령이 자진 하야할 가능성은 매우 낮고 거국내각 구성 협상도 상당히 어렵다”면서 “대통령이 하야를 직접 결심하지 않는 한 할 수 있는 일은 국회 차원의 탄핵밖에 없다”고 말했다. 비주류들이 대통령 탈당을 넘어 탄핵까지 언급한 것은 더 이상 집권 여당의 역할을 포기하겠다는 일종의 선 긋기나 마찬가지다. 최근 김무성 전 대표가 대통령 탄핵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이 같은 분위기는 더 노골화되는 분위기다.
지도부 사퇴에 대한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비주류들은 이날 ‘당 내부의 당’이라고 할 수 있는 비상시국위원회를 구성했다. 말로 해서는 현 지도부가 사퇴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되자 직접 행동에 나선 것이다. 비상시국위원회에는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원내대표 등이 공동대표로 참여했다.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김문수 전 경기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비주류 측 대선주자들이 대부분 포함됐고 심재철·정병국(이상 5선) 의원과 김재경·나경원·주호영(이상 4선) 의원, 강석호(3선) 의원 등 중진 의원들도 대거 참여했다. 친박 일색의 현 지도부가 결정하는 ‘정치적 현안’마다 비상시국위원회가 제동을 걸고 나오면 계파 간 전면전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분당을 위한 스텝 밟기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친박계도 앉아서는 당하지 않겠다며 세력규합 등 반격에 나섰다. ‘최순실 사태’로 숨죽이고 있었지만 청와대가 “하야나 자진 사퇴는 없다”고 밝히면서 당내 친박들도 전열을 가다듬는 모습이다. 친박계 맏형 격인 서청원 의원과 국회부의장을 지낸 정갑윤 의원, 원유철 의원, 최경환 의원은 전날 비공개 회동을 열어 박 대통령과 이정현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의 거취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친박계 한 중진 의원은 기자와 만나 “3선 이상의 중진들이 모여 지도부에 조언하는 특별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며 “일부에서 분당을 얘기하는데 분당을 해서 성공한 사례는 없다”며 친박과 비박이 모여 수습책을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정현 대표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여권의 대선 주자라는 사람들 지지율이 다 합쳐서 9%도 안 되고 자기 앞가림도 못하면서 이렇게 하면 되겠느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한 친박계 의원은 “(비박계가) 결국 당을 접수해 계속 국회의원을 하려는 패거리 정치에 불과하다”며 “민심이 악화되자 자기만 빠져나가기 위해 면죄부를 받으려는 것인데 나가고 싶으면 빨리 나가라”며 비박들의 집단행동에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새누리당이 결국에는 비박계를 중심으로 재창당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재창당을 통해 현 지도부는 물러나고 새로운 보수의 가치를 담은 보수정당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분당을 통해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친박과 비박이 실제 등을 돌려 분당의 길로 갈지는 미지수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홍길기자 wha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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