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주·전남 등 일부 교육청이 국정교과서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히자 교육부는 과목편성권한이 없는 교육감이 학교장 등에게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시정명령·특별감사 등 행정 대응과 함께 법적 대응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교육청들이 자체 개발한 교과 관련 자료에 비교육적인 것들이 많아 즉시 수정하거나 회수해야 한다고 역공에 나섰다.
이영 교육부 차관은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교육과정의 편성 및 운영에 대한 권한은 학교장과 학교운영위원회에 있다”며 “서울·광주·전남교육청은 학교에 교과서 선택과 교육과정 편성권한을 돌려주길 당부한다”고 밝혔다. 이 차관은 이어 “이를 어길 경우 시정명령과 특정감사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육부가 과목편성이 학교장 재량이라고 판단한 근거는 초중등교육법 제23조 ‘학교는 교육과정을 운영하여야 한다’는 조항이다. 교육부가 고시한 교육과정 총론에도 ‘교과의 이수 시기와 수업시수는 학교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즉각 반발했다. 이 차관의 기자간담회 직후 “교육감이 교육과정 편성 및 운영에 대해 학교장과 협의한 것은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제20조 제6호(교육과정의 운영에 관한 사항)에 따른 것으로 교육부의 시정명령이나 특정감사 대상이 아니다”라며 “국정 역사교과서가 현장에 배포됐을 때 학교의 혼란 가중으로 학생이 입을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재편성에 합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전국 14개 시도 교육감들은 지난달 28일 국정교과서가 현장에 적용되지 못하게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를 위해 지난달 30일 내년 1학년에 역사 과목을 편성한 서울 19개 중학교 교장과 긴급회의를 연 후 “내년 서울의 모든 중학교는 1학년에 역사를 편성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역사 과목을 1학년에 편성하지 않고 아예 2학년이나 3학년으로 미루겠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이날 일부 교육청이 자체 개발한 교재에 비교육적인 것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중학교 교재에 평양을 ‘세계적인 계획도시이자 전원도시’로 표현한 것, 고고도 무인정찰기(HUAV)인 글로벌 호크의 다른 이름은 ‘글로벌 호구’라고 서술한 것을 예로 들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편향되고 부적절한 내용을 담은 학습자료가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해당 시도교육청에 수정을 요청할 것”이라며 “만약 불응하면 사용 금지 조치 등 강경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민형기자 kmh20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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