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이 9일 가결되면서 사실상 조기 대선체제로 진입한 가운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임기를 마치고 내년 1월 링에 본격 오를 경우 정국에는 ‘퍼펙트 스톰(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총체적 난국을 부르는 현상)’이 몰아칠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친박계가 직접 박근혜 대통령에게 ‘4월 퇴진’을 건의하며 탄핵을 어떻게든 막아보기 위해 몸부림친 것은 ‘반기문 효과’를 염두에 둔 포석이었다.
현재는 여권에 마땅한 대선 주자가 보이지 않지만 박 대통령이 4월 퇴진하고 대선이 6월로 확정되면 그때까지 시간을 벌어 전열을 재정비하고 친박계 후보로 반 총장을 영입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친박계의 이 같은 구상은 탄핵안 통과로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실제로 갈수록 거세진 촛불민심을 확인한 반 총장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헌법에 따라 국정의 정상화가 이뤄져야 한다”며 탄핵의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강조하기도 했다. 국내 정치권에 대한 여론의 기류를 간파한 반 총장이 친박계와 거리 두기에 나선 셈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의 관심은 반 총장이 향후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서 어떤 정치세력과 손을 잡을 것인가에 모아진다.
국내 정치에 직접적인 관여를 일절 하지 않고 있음에도 지지율 2위를 굳건하게 유지하고 있는 만큼 반 총장이 ‘문재인 대세론’을 뒤흔들 태풍의 눈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실제 영국 유력지인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게재한 신년기획에서 “문재인과 안철수는 분열할 것”이라며 “각성과 분열이 반기문을 대통령으로 만들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반 총장과 새누리당 비주류 세력이 손잡는 보수연합, 개헌을 매개로 한 제3지대 연대 등 다양한 정계개편 시나리오가 흘러나온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제3지대론(論)이 현실화할 경우 더불어민주당의 김종인 의원과 손학규 전 대표,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이 ‘개헌 빅텐트’를 만들어 올리면서 정국에 일대 태풍이 휘몰아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윤석·변재현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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