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트럭 용의자를 사살한 이탈리아 보안 당국이 주요 도시의 경계를 한층 높였다. 당국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용의자의 영상을 공개했다는 점에 주목해 성탄 연휴에 추가 테러가 있을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이탈리아 경찰은 23일(현지시간) 밀라노 근교에서 이달 19일 독일 베를린 크리스마스 마켓을 19톤 트럭으로 공격한 용의자 아니스 암리를 사살했다. 용의자 암리는 사건 발생 이후 나흘 만에 도주를 끝냈다. 그러나 당국은 용의자가 붙잡히지 않았다면 성탄절 인파가 북적이는 이탈리아 어디에서든 유사한 테러가 벌어질 수 있었다는 점에서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특히 바티칸과 종교시설 경계가 최우선이 되고 있다. 이탈리아 경찰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탄 전야 미사를 주재하는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으로 통하는 도로 100m마다 경찰 순찰차와 군용 지프를 배치했다. 로마 시내 중심가에 트럭과 승합차 진입을 금지하고, 콜로세움과 트레비 분수 등 주요 관광지 길목을 지키는 무장 군인의 수도 증원했다. 밀라노 대성당을 비롯해 크리스마스 전야 미사와 성탄 당일 미사를 위해 사람들이 대거 모이는 전국의 주요 성당 주변에도 무장 경찰이 추가로 투입됐다.
한편 도주 중 사살된 용의자는 튀니지 출신으로 지난 2011년 이탈리아를 통해 유럽에 발을 들였으며 방화 혐의로 3년 넘게 시칠리아 교도소에서 복역한 기록을 갖고 있다. 독일로는 지난해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용의자는 밤늦은 새벽에 혼자 배회하고 있다 그의 신원을 수상하게 여긴 경찰의 검문에 적발된 뒤 교전 끝에 사살됐다. 다만 용의자를 미리 특정해 검문한 것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밀라노 시경의 안토이노 데 이에수 청장은 “용의자 암리는 통상적인 검문과 강화된 경계 덕분에 적발됐다”며 “여기엔 약간의 운도 따랐다”고 인정했다. 청장은 “그는 매우 위험한 용의자”라며 “사살되지 않았다면 추가 범행을 저지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에수 청장에 따르면 용의자는 장전된 22구경 권총과 함께 칼을 소지하고 있었으며 휴대전화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탈리아 경찰은 용의자가 붙잡힌 인구 8만 명의 세스토 산 지오반니에 상당한 규모의 무슬림 공동체가 있는 것에 주목해 그가 이곳에서 공범이나 테러 관련 조직을 접촉하려 했는지 추적하고 있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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