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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희망 두드림] 손봉호 교수 "지도자 제1 덕목은 도덕성…청렴 전제돼야 경제 발전"

<1> '시민운동계 원로' 손봉호 고신대 석좌교수

도덕은 단순한 규범 아니라

다른 이에게 해 끼치지 않는 것

공직자는 국민의 심부름꾼인데

영달만 추구하다 국정파탄 초래

제왕적 대통령제 권력독점 못막아

이번 대선서 꼭 개헌 이뤄졌으면

성숙한 시민들 평화 '촛불' 견인

탄핵 인용 땐 수긍하는 게 법치





시민운동계의 원로이자 대부 손봉호(79·사진) 고신대 석좌교수는 밝은 새해는 맞이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 스스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 국가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를 위한 노력을 더한다면 우리 경제가 확실히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도 내놨다.

최근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만난 손 교수는 “지도자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능력이 아닌 도덕성”이라며 “대통령 탄핵, 최순실 게이트도 공직자들이 공정성과 국민의 대한 책임을 망각한 데 그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도덕성이 단순히 규범을 따르는 것이라는 통념을 손 교수는 반박했다. 도덕의 본뜻은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은 것이며 정치도 모든 사람의 이익을 위한 행위여야 하고 이것이 곧 정의라는 것이다. 그는 “억울하게 손해 보는 사람이 없는 사회가 공정사회”라며 “국민들은 경제적 풍요를 갈구하지만 도덕과 공정이 전제돼야 경제도 발전한다는 것을 먼저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직자의 부패가 경제발전의 가장 크고 유일한 방해요소라고 강조한 손 교수는 국정파탄으로 이제 부패는 절대 안 된다는 인식이 확고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손 교수는 “공직이 개인 영달을 꾀하고 향유하는 자리로 잘못 이해되고 있다”며 “이 같은 인식이 부패의 원인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을 섬기지 않고 권한 행사에만 집착하는 잘못된 공직문화가 부패한 사회를 만든다는 지적이다.

손 교수는 김대중 정부 시절 국무총리직을 제의받았지만 거절했다.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할 자리인 만큼 자신은 능력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는 “고위직을 제안받으면 당사자는 엄청 고민해야 하는데 몇몇 인사들은 권력만 생각하고 좋아한다”며 “공복(公僕), 즉 국민의 심부름꾼이라는 의식은 없고 영달에만 욕심 있는 사람들은 지도자의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원래 사회자를 뜻하는 영어의 대통령(president)과 말뜻이 사뭇 다른 우리의 ‘대통령(大統領)’은 나쁜 이름이라고 손 교수는 꼬집었다.

그는 “한 사람에게 막강한 권력을 부여하는 현 제왕적 대통령제는 대통령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도 권한을 남용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구조”라며 “현 대통령제로는 반드시 타락하고 절대로 부정을 막을 수 없다는 점에서 개헌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적으로는 내각책임제 개헌이 좋지만 우선 대통령을 감시하고 권한을 크게 줄이는 방향으로 개헌하고 이번 대선에도 적용되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대선 후보들의 자질로도 도덕성과 정의감을 꼽은 손 교수는 “낡은 사고방식에 갇혀 있는 구세대보다 젊은 세대로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판결을 앞두고 찬성-반대 양측의 갈등수위가 높아지는 데 대해 법 준수가 우선임을 강조했다. 비선실세 국정농단을 보고 처음부터 탄핵감이라 생각했다고 밝힌 손 교수는 “헌재가 탄핵 인용을 결정할 경우 탄핵을 반대하는 일부 보수 측에서 강하게 반발하겠지만 헌재의 결정을 따라야 하며 이를 무시한다면 법을 외면하는 자기모순이며 이는 보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우리 사회가 지독하게 이념에 집착하는 것은 철학적 사고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념은 이론적인 종교와 다를 바 없으며 추종자들은 이를 생명이 있는 것처럼 착각한다”며 “자기 생각이 틀릴 수 있다는 비판적 사고 결핍에서 나온다”고 설명했다.

손 교수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 전국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협의회 공동대표, 한국철학회장, 동덕여대 총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서울대 명예교수와 나눔국민운동본부 대표를 맡고 있다. 오랫동안 환경·교육·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민운동을 이끌어 왔기에 시민운동의 순수성이 이어지길 바란다. 그는 “시민운동이 사회적 영향력과 권한에 기대어 종종 정치입문의 발판으로 이용되는 것이 안타깝다”며 “시민운동이 시민의 절대적 지지를 받지 않으면 힘을 점점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평화로운 촛불시위와 국회 탄핵소추안이 절차상 문제 없이 가결된 것을 지켜보면서 손 교수는 우리 시민사회가 성숙됐다고 판단했다. 그는 “사회가 안정됐는지는 위기 때 나타나는데 우리 모습이 비관적이지 않다”며 “지금 혼란을 전화위복으로 삼는다면 우리나라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해 팔순을 맞는 그는 복지 등 공익을 위해 무슨 일이든 전념하겠다며 청년들에게 “스스로를 부정적으로 보지 말라”며 “부정과 비도덕적인 것에 마땅히 분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사진=박현욱기자 hw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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