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70년대 이후 출산율이 급격히 낮아진 가운데 20여년을 경과하며 저출산은 국가 사회적으로 가장 심각한 문제가 됐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가 1990년 1.59명, 2005년 1.08명에 이르렀다. 이후 2014년 1.21명으로 다소 증가했으나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이다.
이에 대해 청년 일자리 창출, 일 가정 양립 지원 확대, 보육 여건 개선, 주거 지원 확대, 교육 부담 경감 등 많은 정책이 시행되고 있으며 이미 나올 수 있는 대책은 모두 나와 있다고 여겨진다. 필요한 것은 새로운 정책이 아니라 기존의 대책들을 연계하는 한편 전달체계를 개선해 정책집행의 효과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지적된다. 또 현재 이뤄지고 있는 다양한 영역에서의 저출산 대응 정책들이 다부처 정책사업의 전형인 가운데 이를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총괄 컨트롤타워의 개선이 요구되기도 한다.
보다 근본적으로 출산율 회복의 당위성에 대한 질문이 제기될 수 있다. 출산을 고민하는 젊은 세대에게, 출산을 기피하는 것이 본인들에게 합리적인 선택일 수도 있는데 왜 출산을 요구해야 하는가. 출산과 양육이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것이라면 그에 대한 책임과 비용을 사회에서 부담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출산율 제고가 시급하다고 여긴다면 이에 대한 예산 확보를 획기적으로 해야 한다.
그런데 여전히 의구심이 남는 것은 출산과 양육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사회가 안는다 하더라도 과연 출산율 증대가 회복될 수 있을 것인가이다. 저출산이 반등한 해외 사례로 제시되는 프랑스나 스웨덴의 경우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수준의 가족정책, 사회복지정책 등이 성공 요인으로 여겨지는 한편 사회적 가치도 중요한 요인이라 여겨진다.
근래 추운 광장에서의 촛불의 열기는 청년들에게 정치적 각성과 함께 사회적 연대, 보편적 가치에 대해 한 번 더 고민하도록 할 것으로 여겨진다. 여성은 자궁이 아니고 청년은 애 만드는 도구가 아니다. 그럼에도 청년들이 사회적 연대, 보편적 가치의 연장으로 가족의 가치를 제고하기를 기대하는 것이 터무니없는 것일까. 사회가 청년들과 더 많은 소통을 할 것을 기대한다. 우리 가정부터 말이다. 황규희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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