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청산을 둘러싼 새누리당의 내홍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의원이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의 자진 탈당 요구에 대해 ‘거짓말쟁이 성직자’ ‘김정은의 공포정치’ 등 원색적인 표현을 총동원하며 전면전을 선포했기 때문이다. 반면 또 다른 친박 핵심인 정갑윤 의원은 탈당계를 제출하는 등 계파 내부의 분열상까지 더해지며 당 내분이 점입가경으로 흐르는 모습이다.
서청원 의원은 4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명진 위원장의 불법적 행태에 대한 국민과 당원의 불만을 외면할 수 없어 비상한 각오로 이 자리에 섰다”며 “당을 파괴하고 있는 ‘거짓말쟁이 성직자’ 인 위원장은 이제 당을 떠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마치 북한 김정은이 장성택과 그의 일파를 숙청하는 공포정치를 통해 권력을 유지하는 듯한 행태는 대한민국에서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폭군과 뭐가 다른가”라며 “인 위원장은 개혁보수의 탈을 쓴 극좌파인지 악성종양의 성직자가 아닌지 되묻고 싶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인 위원장이 주인 행세를 하는 한 저는 당을 외면하고 떠날 수 없다. 조기 전당대회를 통해 진짜 리더십을 세워야 한다”며 “다른 정치인이 할복하기 전에 스스로 정치적 할복하는 게 어떠냐”고 폭언을 퍼부었다.
서 의원은 인 위원장이 국회의장직을 미끼로 탈당을 권유했다는 사실도 폭로했다. 그는 “내가 당을 떠나면 대선 후 의장으로 모시겠다고 인 위원장이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인 위원장은 “나는 그런 얘기는 해본 적이 없다”며 “존경 받는 8선 의원이면 의장이 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비꼬았다.
한편 친박 핵심 중 한 명인 정갑윤 의원은 서 의원의 기자회견에 앞서 탈당계를 제출했다. 당 공보실은 이와 관련해 “인 위원장이 정 의원의 결정에 존경을 표하며 탈당계 수리를 보류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친박 4선인 홍문종 의원, 정우택 원내대표를 포함한 원내 지도부도 본인들의 거취 문제를 인 위원장에 일임하기로 했다.
이처럼 친박계 일각에서 인적 쇄신을 수용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에 대해 서 의원은 인 위원장의 회유에 따른 결과라고 주장했다. 서 의원은 이날 “어제·오늘 인 위원장이 일부 중진 의원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다시 돌려줄 테니 탈당계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는 제보가 속속 들어오고 있다”며 “이런 ‘인민재판식 의원 줄 세우기’는 과거에는 찾아볼 수도 없던 일”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서 의원은 정갑윤·홍문종 의원 등이 본인들 스스로 인적청산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믿기 때문에 인 위원장과의 물밑교감을 통해 마치 혼자서 책임지는 양 마음 놓고 ‘코스프레’를 펼친다고 의심하고 있는 셈이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서 의원의 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인적청산) 그 문제에 대해서 위원장 중심으로 가야겠다는 분위기인데 서 의원이 그렇게 말씀하신 건 이해가 잘 안 간다”며 “국회의장과 관련한 설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비판했다.
여권 관계자는 “친박계 의원들 사이에서는 서·최 의원 같은 핵심 실세들이 과감하게 책임지겠다는 의사를 진작 밝혔으면 사태가 이 지경까지 흐르지는 않았을 거라는 불만이 많다”며 “인 위원장이 ‘질 수 없는 싸움’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친 것도 대다수 친박계의 기류를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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