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일(현지시간) 취임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물론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수십년간 유지해온 유럽과의 동맹관계까지 뒤흔들 태세다.
그는 특히 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유럽의 집단안보체제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조차 “쓸모없는 것”이라고 폄하한 반면 러시아와는 핵군축 협상을 통한 제재 해제 가능성을 제시하는가 하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는 잘될 것이고 유럽연합(EU)을 떠나는 국가들이 더 나올 것”이라며 유럽의 분열을 조장하는 듯한 발언까지 서슴지 않으면서 논란을 키웠다.
트럼프 당선인은 15일 영국 더타임스, 독일 빌트지와 가진 공동 인터뷰에서 브렉시트에 대해 “위대한 일로 잘 마무리될 것”이라며 파운드화 약세로 영국 제품의 글로벌 경쟁력도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더 많은 나라들이 (EU를) 떠날 것으로 본다”면서 “사람들과 국가는 각자의 고유 정체성을 원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EU는 독일을 위한 기구로 영국이 EU를 떠난 것은 현명한 일”이라며 영국과 독일 간 뿌리 깊은 반감을 자극하기도 했다.
미국과 유럽 간 안보동맹의 결실인 나토에 대해 트럼프 당선인은 “오래돼 한물간 것”이라고 치부하고 “나토 회원국 상당수가 방위비 분담금을 제대로 내지 않고 있다”고 거듭 비난했다. 그러면서 그는 “핵무기는 매우 많이 없어지고 줄어들어야 하는데 러시아와 좋은 협상을 할 수 있는지 한번 보자”고 제안했다. 그는 이어 “핵무기 감축 협상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무단 병합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끝내겠다는 협의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노골적인 친러 성향을 드러냈다.
현지 언론들은 미국과 유럽의 제재 이전에 러시아는 미국과 대규모 핵군축 프로그램에 합의한 바 있지만 서방의 제재를 핑계로 핵군축 계획을 중단한 상태여서 트럼프의 제안은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을 인정해주기 위한 ‘생색내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독일이 주도하는 유럽의 난민우대정책도 강하게 비판했다. 트럼프는 100만명이 넘는 이민자를 수용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향해 “재앙적 실수를 범했다”면서 자신은 취임 직후 국경 통제를 강화하는 행정명령을 내놓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테러와 연관된 이슬람 국가 출신들의 미국 입국 조사가 엄격해지고 유럽인들도 여행 규제를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스코틀랜드 태생인 어머니를 거론하며 영국에 대해서는 각별한 애정을 표했다. 그는 “취임 이후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를 미국에서 만나 양자 무역협상을 빠르게 진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영국을 방문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만나는 것도 기대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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