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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이재용에게 지금 정말 필요한 것

김영기 산업부장

영장 기각에도 국민 불신 여전

인사·조직 시스템 등 수술 서둘러

정경유착·반기업 정서 해소 앞장

삼성 존경받는 기업으로 키우길





19일 새벽6시15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하얀 쇼핑백을 한 손에 든 채 어둠이 깔린 구치소 길을 터벅터벅 걸어 나왔다. 문밖까지 5분여를 걷는 내내, 교도소 담장에 서 있던 자신의 모습이 절절히 떠올랐을 것이다. 병상에 누워 있는 아버지의 얼굴이 이 순간만큼 절실하게 보고 싶은 적도 없었을 테다.

특검이 영장을 청구한 후 기각까지 이 부회장과 삼성그룹은 말 그대로 피 말리는 62시간을 보냈다. 삼성의 많은 임직원들은 기각 소식에 환호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같은 시간 다른 한편에서는 한숨과 질시의 눈길이 쏟아졌다.

극적으로 영장이 기각됐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심판 결과만큼이나 삼성의 수사 결과는 국민의 관심 영역에서 똬리를 틀고 있을 것이다. 영장 기각과 관계없이 삼성이 짊어진 ‘불신의 납덩어리’는 그만큼 무겁다.

이 부회장의 영장 기각은 결국 삼성에 무거운 숙제를 안겨줬다.

특검이 영장을 다시 청구하는 것과 관계없이, 이 부회장은 그룹 전반에 걸쳐 ‘정풍(整風)운동’에 버금갈 정도의 쇄신와 혁신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삼성전자가 분기 10조원의 영업이익을 거두고 있음에도 국민 상당수는 삼성을 ‘대단한 기업’으로는 대우하지만 ‘존경하는 기업’으로까지 인정하고 있지는 않다. 수사 과정에서 지난 수년 동안 이 부회장이 쌓아놓은 글로벌 경영능력은 형편없이 폄훼되고 말았다.

자신은 억울할 수 있지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국민적 의구심은 여전하고 승계가 마무리될 때까지 그에게 씌워진 ‘어둠의 올가미’는 끊임없이 괴롭힐 것이다.

결국 이 부회장은 지금 당장이라도 이런 국민적 불만을 달래고 해소할 특단의 방안을 꺼낼 필요가 있다. 수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경영의 보폭을 넓히기 힘들고 계열사 사장들에게 대부분 맡길 것이라는 ‘상식적 수준’에서의 관측들이 나오지만 이는 합당한 대처 방식이 아니다.



이 부회장 스스로 전면에 나서든 다른 대리인을 통해서든 삼성은 지금 그룹 구성원이 무서움을 느낄 정도로 변화의 모습을 대외에 보여줘야 한다.

차제에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된 인사들의 물갈이가 있어야 하고 국민에 약속한 미래전략실 해체 등 하드웨어적 수술을 서둘러야 한다. 단순히 ‘컬처 혁신’과 같은 보이지 않는 체질 개선으로는 신뢰를 찾기 어렵다.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을 절절한 대책, 반기업 정서를 해소할 체계적인 방안을 내놓고 지배구조 또한 글로벌 기업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합병에 대한 논란이 계속될 수 있다고 판단된다면 이를 근원적으로 해소할 방법은 혹여라도 없는지 원점에서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물론 이 모든 과제들은 참으로 어렵고 단시일 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래도 ‘처절할 정도’로 해야 한다. 이 부회장이 뜸을 들이면 주변 인사들이 목을 걸고 ‘고언’을 해야 한다. 불행히도 수사 과정에서 삼성은 과거 명성을 드높이던 ‘관리의 삼성’이라는 이미지를 보여주지 못했다.

지금 삼성에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어쩌면 차기 대통령 선거 전에 이 모든 일을 마무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차기 대통령은 다시 한 번 삼성을 개혁의 ‘1차 타깃’으로 삼을 것이다. 집권 초기 국민의 인기를 끌기에 삼성만큼 좋은 희생양이 없지 않은가. 언제까지 정치인들의 ‘재물’이 될 것인가.

상당수 언론은 이번에 국가 경제를 명분으로 이 부회장의 불구속을 간곡하게 요청했다. 하지만 이 또한 이번이 마지막일 수 있다. 아버지인 이건희 회장이 반도체 사업을 통해 오늘날의 삼성을 키웠다면 이재용의 삼성은 글로벌 모든 기업을 능가하는 선진화된 시스템으로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바이오와 같은 차세대 산업을 키우는 것보다 대한민국 모든 사람들이 존경과 경외의 마음을 갖도록 하는 일이 그에게 주어진 첫 번째 과제요, 숙명이다.

/김영기 산업부장 yo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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