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떠나지 말아주세요. 조선소는 군산 경제의 30%가 넘습니다. 살아야 합니다.”
지난 24일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를 방문한 문동신 군산시장은 연신 고개를 숙이며 읍소했다. 오후 2시부터 1시간가량 같은 말을 되풀이했지만 소용없었다.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치고 있는 현대중공업으로서는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들을 맞은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은 “일시 가동 중단이 불가피하며 지금 당장 수주해도 1년이 지나야 가동할 수 있다”며 난처해했다.
25일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잔여 물량이 마무리되는 오는 6월을 기점으로 군산조선소 가동을 중단한다. 군산조선소는 지난해 4월 사내외 협력업체 86곳을 포함해 근로자 5,250명이 일했지만 12월 말에는 60개 업체 3,899명으로 줄었다. 올 6월 이후에는 시설 관리 등 최소 인력만 남긴다는 계획이다.
현대중공업이 군산조선소 가동을 중단하는 것은 수주물량 감소 때문이다. 지난해 창사 이후 처음으로 도크(선박을 건조·수리하기 위해 만든 시설) 1기 가동을 중단한 현대중공업은 올해 전체 도크 11기 가운데 3~4기를 더 비워야 하는 상황이다. 올해 매출 계획은 15조원으로 10년 전인 2007년 수준으로 돌아갔다. 지난해 사무직을 중심으로 3,000여명을 구조조정했지만 올해도 유휴 인력이 6,000여명 생길 전망이다. 대부분이 생산기술직이며 이들의 고용을 유지하는데 임금만 올해 4,200억원이 든다.
현대중공업은 유휴 인력 문제 해결을 위해 노조에 고통 분담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는 이달 19일 열린 73차 임금단체협약에서 기본급 동결 대신 호봉승급분 2만3,000원 정액 인상을 비롯해 고정연장수당 폐지에 따른 임금 조정 10만원 등 실질적으로 임금 부문에서 12만3,000원 인상안을 제시했다. 여기에 성과금 230%와 격려금 100%+150만원, 통상임금 범위 확대 등을 제시했다. 회사는 대신 2017년 1년간 임금 20% 반납을 제안했다. 조합원 평균 478만원으로 고통 분담을 통해 유휴 인력을 흡수하자는 제안이다.
강 사장은 “상황이 어렵지만 회사는 고용 보장을 선택했다”며 “모두가 고통 나누기에 동참한다면 회사도 일자리도 지킬 수 있다”고 거듭 약속했다.
하지만 유휴 인력 문제를 해결해야 할 노사 협상은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최근 금속노조에 가입한 노조는 2월 예정된 대의원대회에서 조직 형태 결정(지부 혹은 지회)을 앞두고 교섭위원 교체 문제로 회사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협상은 2016년 임단협으로 지난해 5월 이후 최근까지 모두 73차례 교섭을 벌였으나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울산=장지승기자 jj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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